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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Dec 08. 2019

성소수자도 군대생활을 할 수 있나요?

아는 남자 후배 중에는 참 여성스러운 애가 있다.

그는 긴 머리는 아니지만 예쁘장한 외모에 목소리도 가늘어서 여자들 사이에 있으면 숏컷을 한 여자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어찌나 곱상한지 가끔 남자들이 번호를 물어보기도 한다. 물론 그가 남자라는 사실을 밝히면 몹시 당황하면서 도망가지만.

생김새만 여성 같은 게 아니라 성적 취향도 그러했다. 그는 성소수자였다


그는 21살이 되는 해에 많은 고민에 빠졌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쉽게 피할 수 없는 군대 때문이었다.

설마 군대에 가면 자신이 좋아하는 성별에게 둘러 쌓여서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혼자 성별이 다르다는 것은 외롭고 불편하다. 그는 이미 남중, 남고를 거치면서 남자들만 있는 곳을 숫하게 경험했다.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곳에서 짓궂고 거친 친구들이 여성스러운 그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아마 말은 안 했지만 학교 다니면서 남자들 사이에선 장난이라고 하는 성추행 같은 것을 많이 당했을 것이다.

물론 군대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장난이고 뭐고 영창+전출 감이지만 그는 소심했고 아마 선임이 그런 장난을 쳐도 아무 말도 못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샤워를 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는 남자였기에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대상의 알몸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반응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다. 그와 같은 취향을 가진 친구는 군대에 가서 결국 적응을 못하고 자살시도를 하다 6개월 만에 의가사 전역을 했다고 들었기에 본인도 같은 루트를 밟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그는 군대에 가지 않았다. 그의 호리호리한 몸 덕분에 몸무게 미달로 공익으로 빠졌고 훈련소만 어찌어찌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 후배의 경우 어찌 보면 다행일 수 있지만 그의 친구의 경우를 봤듯이 성소수자도 군대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소수자들이 모두 군대에 적응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들이 적응 여부는 성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개인의 성향이다. 



우리 포대는 아니지만 옆 포대에는 성소수자가 한 명 있었다. 

처음 그를 본 게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한 장기자랑 시간이었는데 춤을 좋아했던 그는 여성 아이돌의 춤을 췄다. 처음에는 남자들 사이에서 멋있는 거 춰봤자 인기가 없으니까 하나의 콘셉트로 가져간 것이라 생각했는데 원래 여자 아이돌 춤을 더 선호하는 친구였다. 


그가 성소수자인 것을 알게 된 건 병력 결산 시간 때였다. 대대에선 2주에 한 번 대대장실에 포대장 및 행보관들이 모여서 각 포대 관심병사 현황에 대하여 브리핑을 하는데 우리 포대뿐만 아니라 다른 포대의 관심병사들의 현황도 알 수 있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이병 때부터 포대장과의 면담에서 커밍아웃을 했고 포대장은 그를 관심병사로 관리했다. 그를 관심병사로 지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 아니라 배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 그런 배려가 없으면 군생활이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다행히 그는 다른 병사들과 이질 감 없이 잘 어울렸고 임무수행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성군기 문제도 있을 리 없었다. 이성애자가 모든 이성을 보고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듯 그들도 아무한테나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도 외모, 몸매, 성격 등등 따질 거 다 따지고 연애를 한다. 입대 전부터 만나던 남자 친구도 있었고 그들도 자신의 연인이 바람피우는 것을 싫어한다. 

혹시나 선임이 되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일반 직장 내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이용하여 성희롱이나 추행 등의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사람인 거지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안 된다. 그는 그렇게 아무 문제없이 군 생활하다가 전역했다. 


게임중독자 친구들 때도 그랬지만 성소수자라고 다 적응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다 적응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집단이건 간에 구성원 중 한 명의 개인적인 성향이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 군대에 적응하는 것은 그냥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른 거지 취향에 따라 달라지진 않는다. 


취향은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영화 <친구사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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