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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Dec 27. 2019

영화 속 수류탄, 나만 불편해??

군좀알이 바라보는 TV 속 군인과 군대

한가로운 저녁.

저녁 식사를 하다가 문득 이번 달 통신사에서 무료 제공하는 예매권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통 주말에 영화를 보는 편인데, 연말이라 주말에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내친김에 영화를 예매하려 했다.

여러 영화를 고민하던 중 당일 개봉하던 '백두산'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영화를 보기 전에 평점을 보는 편이라 개봉일에 영화를 보지 않는데 스토리에 눈길이 갔다. 갑작스러운 백두산 폭발로 전역을 앞둔 특전사 대위가 비밀 작전에 투입한다는 설정이 뭔가 재밌을 것 같았다. 배우 캐스팅 역시 화려했기에 못해도 평균 이상은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영화를 예매했다.



영화를 본 감상평을 내리자면 내용이 아쉬운 것은 둘째치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상식 밖의 상황들이 너무 거슬렸다. 

(약간의 스포가 들어 있습니다)

첫 작전 투입부터 마지막 핵폭발까지 거슬리는 부분이 너무 많았지만 그중 가장 거슬렸던 장면은 수류탄을 터뜨리는 장면이었다.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하자면 주인공과 부대원들이 ICBM을 탈취하기 위해 시설로 투입을 하는데 전기를 차단한 뒤 야간투시경을 끼고 적을 제압하려는 장면이었다. 전기를 차단하는 임무를 맡은 부대원이 전원 차단 버튼을 찾다가 안 보이니 급한 대로 그냥 수류탄으로 기계를 박살 내는 장면이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수류탄을 방 안에 던지고 문이 열린 상태에서 폭발과 함께 뛰쳐나오는 장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저러면 파편 다 맞을 텐데....." 하고 중얼거렸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 '마이웨이'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방 안에서 기관총을 쏘던 주인공 앞에 수류탄이 떨어지고, 나가려고 하지만 문이 잘 안 열려 문을 부수고 나가는 순간 수류탄이 폭발을 한다.  


두 장면 모두 멀쩡하기 힘든 상황이다.


수류탄은 목적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류탄은 세열수류탄이다.

세열수류탄이란 수류탄이 폭발하는 에너지로 수많은 파편들이 퍼지면서 살상을 하는 무기이다. 

흔히 사람들은 수류탄을 '폭발'로 피해를 주는 무기로 생각을 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수류탄은 '폭발'보다는 '폭발로 인한 파편'으로 피해를 준다. 



수류탄의 내부 모습. 수많은 자탄들이 들어있다

이 수류탄이 터지게 될 경우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10~15M 정도 범위 내의 사람들을 살상시킨다. 그래서 군대에서도 실제 수류탄을 던지기 전에 연습용 수류탄을 던지는데 15M 이상 던지지 못하는 사람은 실제 훈련에서 열외 된다. 또한 수류탄이 터지면 화염 같은 것은 잘 안 보이고 연기만 보인다.  

수류탄 폭발 장면. 폭발 순간 수많은 자탄이 흩어진다. 불꽃은 순간적이라 잘 보이지 않고 연기만 식별 가능하다. 


수류탄뿐만 아니라 포병에서 사용하는 대구경탄도 기본적으로 '파편 효과'로 피해를 준다. 폭발만으로 줄 수 있는 피해보다 폭발 후 파편들을 이용하면 그 피해범위는 넓어진다. 



물론 고폭 수류탄이라고 폭발로 인한 피해를 주는 수류탄도 있긴 하지만 이는 살상 범위가 작은 특수목적 수류탄이라 잘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이 또한 적지만 파편이 튀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군대에서 지급하는 수류탄은 세열수류탄이고 2차 세계대전 때 역시 연합군은 세열수류탄을 주로 사용하였다. 두 영화에서의 해당 장면을 봤을 때 아무리 봐도 10M 이내이고 문이 열려 있으니 파편들을 완벽히 피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애초에 비현실적인 영화라 그냥 영화로 보면 그만이긴 하지만 아무리 설정이 비현실적이라도 이러한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쓴다면 영화의 맛은 더 살아난다. 

모르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알고 보면 보이는 불편함이랄까? 가끔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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