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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Aug 21. 2019

관심병사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많이들 들어봤겠지만 군대에는 관심병사라는 제도가 있다. 

관심이 필요한 병사를 줄인 말로, 부대에서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할 병사를 일컫는다. 

관심병사를 관리하는 방식은 시기에 따라 다르다. 초급장교일 때는 C급 병사, B급 병사, A급 병사로 나눠서 관리했었고 포대장을 할 때는 도움이 필요한 용사와 배려가 필요한 용사로 나누어서 관리했었다. 즉, 명칭만 다를 뿐 관심병사의 상황에 따라 등급을 나누었다. 따라서 관심병사가 꼭 자살징후가 있거나 큰 이상이 있는 친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론 정말 멀쩡하게 군생활 잘해도 관심병사로 지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관심병사로 지정하는 사유는 정책에 따라 조금씩 변하지만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1. 신체에 불편함이 있는 용사

신체적 결함이라 함은 군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어디가 크게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그런 친구들이었으면 애초에 면제나 대체복무를 받았을 것이다. 면제 대상은 아니지만 군생활이라는 것이 워낙 신체를 많이 쓰다 보니 불편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 약간의 허리디스크나 무릎의 연골이 많이 닳았거나 평발이거나 하는 경우 등 신체적 무리가 가해질 경우 고통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관심병사로 관리한다. 이 친구들은 그 증상에 따라 무리가 가는 활동에서 열외 시키거나 다른 활동으로 대체시키곤 한다. 


2. 성장환경

훈련소에 들어가면 생활지도 기록부라는 것을 작성한다. 본인의 가정환경이나 학교생활, 교우관계 등 사회에서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느냐에 대해 물어본다. 불우한 환경에 있었다고 문제가 있다고 치부하거나 평범한 환경이라고 군생활을 잘할 것이라 여기는 것이 아닌 군생활을 하면서 예측되는 어려움 등을 사전에 파악해서 조치하기 위함이다. 예로 들면 빚을 지고 있거나 자식이 있는 경우 등 군생활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에 있다면 부대에서는 군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관심을 갖고 배려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불우한 환경에 있거나 있었다면 전입 초기에는 관심병사로 관리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 문제없이 군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관심병사에서 제외된다. 

단, 사회에서 자살 시도한 이력이 있는 경우 군생활 내내 관리 대상이 된다. 사회에서 했던 일로 낙인찍고 싶지 않지만 자살 시도라는 것이 재발 가능성이 높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라 군에 잘 적응하고 생활한다고 해도 관리할 수밖에 없다. 

  

3. 신인성검사

군대에서는 시기별로 신인성검사를 시행한다. 계급별로 반드시 해야 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데 이 시기에 맞게 검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 정해진 시기 외에 필요시 지휘관 재량에 따라 시행되기도 한다. 신인성검사를 할 때는 아무도 보지 않는 독립된 공간에서 해야 하며 검사 문항이 많긴 하지만 다른 일로 인해 검사가 중간에 끊기거나 해서는 안된다. 너무 자주 해도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본다. 


신인성검사는 나름 과학적 식별 도구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질문 문항을 보면 '자살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등 질문들이 노골적이다. 이런 곳에 '예'라고 체크한다면 설문에 응하는 사람 역시 이로 인해 자신이 관심병사로 지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지표들의 조합에 따라 해석되는 것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정상, 관심, 위험으로 나누는 통합지표만 본다. 지휘관 입장에서는 과학적인 도구라기보다는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이 보내는 SOS 신호라고 보고 있다.  


4. 면담이나 주변 사람에 의해 식별되는 경우 

생활지도 기록부나 신인성검사에서는 안 나왔을지라도 군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면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지휘관에게 다이렉트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동기나 선 후임, 친한 간부, 부모님 등에게 본인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이들이 지휘관에게 전달해주는 게 보통의 경우이다. 

때로는 마음의 편지나 국방 헬프콜에 의해 식별되기도 한다. 지휘관에게 이야기가 들어갔다고 해서 다 관심병사로 다루지는 않는다. 그 친구가 군생활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지휘관이 할 수 있는 조치를 하고 관심병사로 까지 관리 하진 않는다. 


5. 사건 사고

만약 군대에서 사고를 쳤다면 관심병사로 관리할 확률이 90%다. 사고라고 하면 영창 이상의 징계를 받은 악성사고를 말하며 보통 영창을 갔다 오면 다른 부대로 전출 가는 경우가 많다. 다른 부대에서 전입 왔으니 새로 적응이 필요한데 그렇게 전출 가서 잘 적응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계급이 높을수록 적응을 잘 못 하며 상당수가 전역할 때까지 부대에서 겉돌게 된다. 재발 위험성은 둘째 치더라도 부대에 적응을 못 했으니 전역 때까지 관심병사로 남는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관심병사를 지정하고 있으며 관심병사라고 해서 전부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병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정하기 때문이다. 


관심병사를 부대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징병제인 우리나라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이다. 지휘관이 24시간 붙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관심병사를 지정해서 모든 간부들이 이들을 관심 갖고 지켜보게 할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병사들한테는 누가 관심병사인지는 이야기하면 안 되지만 경우에 따라 전체 병사들한테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휘관 입장에서는 관심병사가 많을수록 지휘부담이 크기 때문에 관심병사를 지정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렇다고 문제가 식별되었는데 지정하지 않는다면 본인이 징계를 받으니 지정 안 할 수도 없다.   


그래도, 예전에는 크게 문제 있는 병사라도 진짜 문제가 있냐 없냐를 따지면서 어떻게든 만기 전역을 시키려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추세가 많이 바뀌어서 큰 문제가 있는 병사들은 빠르게 현역 부적합 판정을 내려 지휘관들의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 한 명의 병사에게 진짜 문제 있냐 없냐를 따지느라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다른 병사들에게 신경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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