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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Mar 05. 2018

ROTC 후보생 생활

군생활 이야기

우리는 ROTC라는 2년간의 후보생 생활을 거쳐서 3월에 임관을 한다. 육사 같은 경우엔 4년 동안 사관학교에서 지내고 3사관 학교는 대학교 3학년 때 들어가서 2년 동안 사관학교에서 지낸다. 생도들은 군인과 비슷한 패턴의 생활을 하지만 거기에 비해 우리는 비교적 자유롭다. 

대학생 생활을 하면서 일주일에 2번 군사교육을 받고 방학 때는 군사훈련을 받아 반 민간인 반 군인의 생활을 한다. 그래도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말은 그냥 교육받고 훈련받는 거라고 하지만 나름의 고충이 많다. 

 

1년 차엔 매일 아침 일찍 학군단으로 가서 아침운동을 하고 2년 차 선배들의 통제를 받으며 학교생활을 한다.

단복을 입을 때 항상 단복을 깨끗하게 각 잡아서 입고 열을 맞춰서 걷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사복을 입었을 때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선배를 항상 먼저 발견하고 경례를 해야 된다.


2학년 겨울 방학 때 입소훈련이 끝나고 나면 개강쯤 해서 선배들이 소집해서 보안 교육을 한다. 보안이라고 해봤자 이상한 부조리들을 행하면서 보안이라고 하는 것인데 한마디로 입조심하라는 것이다. 

3월이 시작되면 보안이라고 말했던 부조리들이 본격적으로 행해진다. 모자를 못 쓰고 술을 마시러 갈 때 보고를 하며 밖에 나갈 때는 항상 백팩을 메야하는 등의 행동의 제약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를 어길 시 쪽문 통제(학교가 커서 쪽문이 통제당하면 집에 갈 때 크게 돌아가야 된다), 도서관 대기(공강 시간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며 대기), 사복 통제(단복은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라 눈에 띄기 쉽고 행동에 제약이 많다) 등등의 추가적인 통제가 생긴다. 


문제는 혼자만 그런 통제를 받는 게 아닌 단과대학별로 연대책임을 받아 나로 인해 다른 동기들이 피해본다는 것이 큰 부담이다. 학교별로 통제가 다르긴 하지만 그나마 우리는 나은 편이었다. 아래 지방 같은 경우 사복을 입을 때 배바지를 입으라는 통제를 해서 겨울에 패딩을 바지 안에 집어넣고 다녀야 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어떤 곳은 아직 구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만약 이런 통제가 싫다 하면 단대 탈퇴라는 것도 가능하다. 단대라는 소속에서 탈퇴하는 대신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이다. 


대신, 선배들한테 후배 취급 못 받고 후배들한테 선배 취급 못 받는다. 심지어는 동기들 사이에서도 배척된다. 우리 기수에선 2명이 있었는데 동기들 사이에서 약간 배척받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끼리는 그러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한 번은 선배들이 자기네들 앞에서 단대 탈퇴한 동기랑 친하게 지낸다고 뭐라 한 적이 있다. 

이러니 저리니 해도 아직 애들이다. 


2년 차가 되면 그러한 통제를 받지 않아 자유로워지지만 그렇다고 후배들이 볼 수도 있는데 마냥 풀어질 수만 없다. 그리고 훈육관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고달파질 수도 있다. 우리 같은 경우 4학년 때 훈육관이 바뀌어 우리 선배들이 한 2년 차 생활보다 훨씬 힘들게 했다.     


기초 군사훈련 같은 경우 총 12주 훈련을 4번의 방학 동안 나눠서 가는데 일반 훈련병들이 받는 것보다 힘들다. 우리는 병사들을 가르치고 지휘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들보다 더 한 체력과 지식을 요한다. 스스로 지원해서 간 것이기 때문에 불평도 못 한다. 싫으면 나가라고 한다. 

뭐 이것저것 안 좋은 점을 늘어놨지만 그래도 임관하고 나면 이 생활이 그리워진다.


후보생의 장점이 있라고 하면 멋이라고 할까? 훈련소에서 만난 서울대 후보생은 ROTC에 지원한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간지 나잖아"


드라마 고백부부에 나왔던 ROTC. 현실엔 없을 것 같지만 저 정도 비주얼 한 두명 쯤은 있다.(근데 저분 머리가 좀 길다?)


 드라마에서 가끔 학군단 후보생을 여자의 로망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실제 겪어본 바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여자들의 제복 로망을 자극해서인지 실제 학군단 후보생을 선호하는 친구들을 여러 번 봤다.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하고 소개하여 달라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심지어는 학군단 동기끼리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헌팅이 들어오기도 했다.(주로 가는 입장이었지 당한 경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도 그 멋을 잃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요즘은 예전 같지 않아서 선배들의 터치 같은 게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ROTC가 무슨 동아리도 아니고 통제가 필요하지 않냐는 말도 하는데 어느 정도 공감한다. 분명 불필요한 부조리는 없어야 되겠지만 장교로서의 자부심이 없는 사람도 많다 보니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하다. 그것을 음성적으로 행하는 게 문제지 규정과 방침에 어긋나지 않게 행하면 문제 될 게 없다. 

분명한 것은 ROTC는 동아리가 아니고, 민간인 같아도 군인의 신분이므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켜선 안 된다. 또한 장교는 병사들을 이끌어야 하는 존재임으로 그들을 잘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이 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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