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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Mar 08. 2018

OBC생활

군생활 이야기

후보생 과정을 거친 후 학군단 생활성적과 훈련성적을 합쳐 총점수를 내고 성적에 따라 군번이 정해진다. 그리고 대학 전공에 맞게 병과를 지원하지만 군번이 빠를수록 원하는 병과에 갈 확률이 높아진다. ROTC는 단기 자원이 많아 비교적 편해 보이거나 스펙에 도움이 되는 비전투 병과에 지원자가 몰려 성적순으로 자르기 때문이다.     


후보생의 역경을 이겨내고 소위로 임관을 하게 되면 임관식을 하게 된다. 임관식은 육사, 3사, 학군 모두 모여서 합동임관식을 하는데 이때는 대통령도 참가하는 국가적으로 큰 행사이다.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타 마치(보통 지휘관이 입장할 때 쓰는 음악인데 그 지휘관의 계급장 개수에 따라 전주구간의 숫자가 달라진다. 투스타가 입장하면 빰빠라밤 밤 빰 빰 빠바(?) 하는 구간이 두 번 나오는데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이므로 포스타보다 한 번 더 나온다)의 전주구간을 5번 들을 수 있다.     


임관식이 끝나고 며칠 뒤에 각 병과별로 학교기관으로 가서 병과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교육받는다. 그동안 기초 군사 훈련을 받을 때는 훈련병들처럼 많은 통제를 받았던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가 주어진다. 핸드폰도 사용할 수 있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 외박도 보낸다. 그래서 자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힐링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장교들이 모였다고 해서 크게 다를 게 없다. 집합시간에 늦는다거나 몰래 술을 먹는다거나 등등 규율을 어기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가끔 어떤 이들은 진짜 장교로 임관하면 안 된다 싶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왕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학교 측에서도 그냥 방치하지만은 않았다. 우리 때는 지도 장교라는 제도가 있어 생활 전반적인 것들을 관리했는데 내내 같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들이 모든 걸 컨트롤할 수는 없다.     


나 또한 배달음식이 금지되어 있지만 그 사람들 눈을 피해 생활관 애들이랑 몰래 시켜먹었다. (밖에서 그렇게 팔면 절대 안 사 먹을 치킨과 피자지만 거기서는 유일한 판매점이었기에 그거라도 맛있다고 먹었다.) 뭐 이 정도 일탈은 애교 수준이라 사실 관리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너무 대놓고 하거나 그로 인해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크게 통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면 본인이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 또한 교육의 일환이다.     


일과는 일반병사들과 비슷한데 보통 아침 점호 – 오전 교육 – 점심 – 오후 교육 – 저녁식사 – 자유시간 – 청소 - 저녁 점호 - 취침 순으로 진행된다. 가끔 야간 교육 같은 게 있긴 하지만 그리 많지 않다. 

아침 점호는 병사들처럼 6시 반에 일어나서 진행을 하는데 돌아가면서 당직사관을 맡아 지휘 연습을 한다. 보통 야전에서의 당직은 밤을 새우는 거지만 여기서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 경우 교육에 문제가 생겨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는 정도이다. 점호가 끝나면 뜀걸음으로 학교를 돌고(학교가 굉장히 크다! 내 기억으론 뜀걸음 코스가 2km쯤 됐던 거 같다.) 아침을 먹은 다음에 교육 집합을 해 교육장소로 이동한다.

16시쯤 교육이 끝나고 17시 반까지 체력단련을 한 뒤 저녁을 먹으면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보통 운동(주로 족구, 축구, 풋살)이나 PX에서 군것질, 가만히 누워서 핸드폰 등을 한다.  (교육시간에는 핸드폰을 걷어 따로 보관한다.) 그리고 21시부터 청소를 하고 21시 반에 점호, 22시 취침까지가 보통의 일과이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불침번도 선다.


교육은 여러 가지 과목이 있는데 이론교육, 실습교육이 적절히 섞여있으며 병과 관련 교육, 리더십 교육, 실무교육, 인성교육 등등 장교로서 필요한 여러 가지 덕목들을 담고 있다. 또한, 야외훈련도 교육에 포함되는데 실사 격 훈련, 유격훈련 등등 밖에서 숙영 하는 훈련도 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훈련을 꼽으라면 당연 유격훈련이다.      

우리나라 3대 유격장 중 하나인 동복 유격장. 그렇다. 안되면 되게 하면 된다.

보통 야전에서도 유격훈련을 하긴 하지만 여기서만큼 제대로 하지는 않는다. 교관도 이것만 하는 전문교관이고 교육장소도 특화된 곳이라 차원이 다르다. 유격체조도 말도 안 되게 빡세서 처음 하루 이틀은 정말 움직이기만 해도 근육통이 일어날 정도였다. 오전 오후로 유격체조만 하고 저녁 식사하기 전에 뜀걸음까지 하니 한 달만 있어도 인간병기가 돼서 나올 것 같다.     

또한 유격 코스도 줄 타고 내려오기, 외줄 건너기 등등 일반 야전에서 체험(?)할 수 없는 다양한 코스들이 있다. 그래도 코스 타는 건 재밌는 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대미를 이루는 것이 유격 행군이다. 보통 군장을 싸면 자체적으로 에누리(?)를 부려 무게를 줄이는데 여기서는 정말 군장에 들어가야 되는 품목들 하나하나를 검사한 다음에 짐을 싸고 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렇게 3~40kg 되는 완전군장을 싼 다음 팀을 짜서 지도 하나 달랑 주고 알아서 찾아가라고 한다.(길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서 팀마다 조교가 한 명씩 붙는다) 코스는 약 60km 정도 되고 산을 약 7개 정도 넘는다. 좀 완만한 산도 있지만 어떤 산은 경사가 가팔라서 오르면서 멘틀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점심 먹고 출발해서 복귀하면 다음날 새벽 1시쯤 되는데 군장도 무겁고 코스도 힘들어서 그 후로 그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다. 물론 보병이나 특전사의 경우 다르겠지만. 그때는 정말 옆에 전우도 하니까 포기하고 싶어도 같이 갔던 것 같다.      


근데 이 유격훈련도 포병에서는  우리까지 하고 이 후로 교육과정에서 빠졌다.     


이렇게 약 4개월 정도의 교육이 끝나고 대망의 야전으로 배치가 된다. 교육이 끝나면 부대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4박 5일의 휴가가 주어진다. 그리고 야전에 가면 사단이나 연대에서 주관하여 약 1주일 정도 초임장교 집체교육을 실시하는데 이게 끝나면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그러면 선배들이 우리를 반기며 말한다.


"웰컴 투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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