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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Mar 17. 2018

군대에서의 '인사'

군생활 이야기


인사 (人事)  

[명사]     

1. 사람의 일. 또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

2. 관리나 직원의 임용, 해임, 평가 따위와 관계되는 행정적인 일.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처음 자대에서 맡을 수 있는 보직은 작전보좌관과 인사장교 두 개가 있었다. 


여기서 각 보직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작전보좌관(작전장교)이란 대대의 전체적인 운영을 조율하는 작전과(동원사단에선 정보와 작전이 합쳐서 정작과라고 한다)에서 근무하며 작전과장을 보좌하며 그 운영을 돕는 것이다. 

대대에선 작전과장이 서열 2위이기 때문에 작전보좌관이 서열 3위라는 말도 있다. 대위급인 포대장들이나 참모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나 중위인 작전보좌관이 3위가 될 수 있는 게 대위급들에게 지시를 해도 작전과장 뒤에 숨어버리면 함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데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할 일이 매우 많은 보직이기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봐서라도 그들에게 지시를 해도 잘 따라준다. (그렇다고 대위급들에게 명령조로 하거나 싸가지없게 굴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인사장교는 보통 사회에서 말하는 인사업무와 비슷하며 인력관리, 재정, 복지 등을 도맡아 한다. 인력관리라고 해봤자 새로 들어온 병력을 주특기에 따라 포대를 분류하고 중소위급 장교와 부사관 보직 관련 조정을 하는 것이지만 동원사단에서는 연대급에서 이런 것들을 다 하기 때문에 병력이 오면 연대 인사과에 내려가 데려오면 끝이었다. 

대대급에는 재정 관련된 전문 인력이 없기 때문에 인사과에서 하는데 어차피 돈 관련된 건 상급부대에서 다 처리하고 우리는 운영비를 받으면 사용내역을 시스템 상으로 정리하고 관련 영수증 같은 것들을 모아두는 것 밖에 없다. 

복지라는 것도 제안을 할 수는 있지만 결국 지휘관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업무도 있지만 행사라고 해봤자 명절에 병사들에게 어떤 것을 시키며 괴롭힐까(?) 고민하는 것과 진급이나 전출입 신고 같은 것들뿐이었다. 

오래전이라 다 기억나진 않지만 주요한 것들은 대략 이 정도고 훈련 시 하는 몇 가지 것들이 있는데 막상 나열해보니 별거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군대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인사행정병과. 2014년에 창설된 신생병과이다.



“인사가 만사다”



인사라는 분야가 여러 가지에 걸쳐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된 업무 중 하나가 대대장님이 불편하지 않게 옆에서 보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대장님이 불편하면 만사가 불편해진다.     


그래서 보직 결정을 할 때 보통 장기 할 사람들이 작전보좌관을 맡기에 장기를 희망하는 내가 당연히 작전보좌관을 맡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대장님의 생각은 달랐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인사장교에 앉히고 단기 자원인 동기를 작전보좌관에 앉혔다. 인사장교부터 하나씩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진 않는다. 아니, 어쩌면 더 빡센 거를 먼저 해보라는 의미였을 수도 있다.          

 

작전보좌관은 위에 작전과장이 있어 처음엔 잘 몰라도 작전과장이 어느 정도 커버 쳐줄 수 있어 어느 정도 수습기간이 주어진다.(물론 작전과장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더 힘들어질 수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그렇다) 

반면, 인사장교는 처음부터 대대장님은 물론 상급부대와 직접 부딪칠 일이 많아 못 하면 금방 티가 난다. 그래서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는 게 일상이다. 또한 자잘한 잔업이 많고 일을 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잘 해봐야 중간이다.      



분명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작전보좌관이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업무의 중요성 때문에 더 빡센 이미지가 있지만 둘 다 겪어 본 바, 작전보좌관은 다시 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인사장교는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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