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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Mar 26. 2018

당직근무

군대상식

군대에서 이런 말을 있다.


“당직만 없어도 군 생활할만하다.”


아마 간부로 군대에 있거나 갔다 와본 사람은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물론 이것 말고도 어렵고 힘든 일은 많지만 그만큼 당직이라는 게 짜증 나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당직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포지션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그냥 기록할 거 기록하고 통제할 거 통제하면서 밤새면 된다. 

뜬눈으로 밤새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원래 규정상 가면(假眠) 상태로 근무를 서는 것이며 약간 졸아도 문제 될 건 없다. 물론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잔다거나 책상에 엎드려 자는 건 안 되지만.(하지만 이렇게 자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군인들은 당직을 싫어하는 것일까.


진짜 사나이에 자주 등장하던 당직사관이 점호하는 모습. 사실 점호는 훈련소에서나 빡세게 하지 자대에서는 보통 그만큼 빡세게 하진 않는다. 물론 당직사관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1. 너무 잦다.

군대는 특수한 조직이라 24시간 운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매일 돌아가면서 평일 야간, 주말 같은 경우 하루 종일 남들 쉬는 동안 부대를 지켜야 한다. 부대에 따라 당직 숫자와 가용인력수가 다르긴 하지만 보통 전방부대 같은 경우 1주일에 1~2번 꼴로 한 달로 따지면 4~6번 정도 서며 경우에 따라서 그보다 더 서기도 한다. 

처음에 있던 부대는 여건이 좋아한 달에 2~4번 정도 섰지만 대부분 여건이 안 좋은 게 현실이다.     


2. 남들 쉴 때 못 쉰다.

물론 내가 쉴 때 다른 사람이 근무를 서주지만 남들 쉴 때 못 쉰다는 게 여간 짜증 나는 게 아니다. 낮에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혼자 남아 부대에 지키고 있으면 피곤이 몰려온다. 또, 날씨 좋은 주말 근무를 서고 있으면 오히려 피폐해지는 기분이다. 특히, 토요일 근무라도 있으면 그 주 주말은 그냥 날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토요일 하루 종일 근무 서고 자고 일어나면 일요일 3~4시다!)     


3. 근무선 다음날 경우에 따라서 쉬지 못하기도 한다. 

좀 꼰대 같은 멘트이지만, 나 소위 때는 근무 퇴근도 눈치 주는 분위기라 쉽사리 하지 못 했다. 기껏해야 점심시간에 잠깐 자는 정도? 이는 지휘관이 근무 취침 여건에 얼마나 관심 갖느냐에 따라 휴식 여건이 달라진다. 그래도 요새는 최대한 보장해주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무 취침 여건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날 검열이 있는데 내가 담당자라거나 어디 파견을 가야 한다거나 훈련이 있다거나 등등 경우가 생기면 제대로 쉬지도 못 한 상태에서 다음날 일과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 

근무를 바꾸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다들 같은 입장이거나(다음날 훈련이면 다 같이 훈련이기 때문에 누가 하던 못 쉬는 건 똑같다)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못 바꾸는 경우도 많다.      


4. 책임이 막중하다.

평상 시라면 병력과 부대 운영에 관한 책임은 지휘관에게 있지만 일과가 끝나면 당직근무자에게 책임이 있다. 그 날 병력 통제라던가 부대 운영 같은 것은 당직근무자가 책임져야 한다. 만약 사건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당직근무자에게 돌아온다. (물론 무한책임제는 아니라 당직근무자로서 할 도리를 다 했다고 판단되면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가끔 상급부대에서 불시점검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제대로 대응을 못 하면 기껏 잠 못 자가며 근무 섰는데 다음날 수고했다는 말 대신 욕만 왕창 먹을 수도 있다.       


5.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게 아니다. 

당직 근무자의 주요 역할은 비상시 즉각적인 상황조치이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상급부대에서 점검을 하기도 하고 당직근무자가 남겨야 하는 기록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부대를 전체적으로 운영해야 되기 때문에 병력 통제, 급양 감독, 순찰, 다음날 부대 운영 준비 등등해야 할 것이 상당히 많다. 

또한 우리 용사들이 지속적으로 근무교대를 해줘야 하고 그때마다(보통 1시간 30분 간격) 열쇠로 총기함을 열어주거나 탄창을 분배하고 회수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6. 돈도 쥐꼬리만큼 준다.

뭐 흔히 쥐꼬리만큼 준다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이건 정말 쥐꼬리다. 평일 당직수당은 5천 원이고 주말 당직수당은 1만 원이다.(작년에 몇 천 원 올랐던 거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그래 봤자 쥐꼬리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휴일수당 야간수당 뭐 이런 거 없다. 예산적인 측면으로 접근했을 때 매일 수많은 부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근무를 서기 때문에 그것을 다 지급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근무서는 입장으로서 이 돈으로는 PX에서 야간에 먹을 컵라면과 당직병들 간식 사주고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세세하게 나열하자면 더 많겠지만 대략 이 정도 된다. 그래도 가끔 당직을 안서는 시기도 있다. 교육기관에 가거나 작전과장,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 주임원사, 근속 30년 정도 되면 안 서도 되니 그때까지 버티면 된다.


.............     






이러나저러나 힘든 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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