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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Apr 01. 2018

사격 잘 하는 법

군대상식

“포상휴가”     


군대를 갔다 온 남자라면 누구나 그 달콤함을 알고 있을 것이다. 군 생활 중 어떠한 성과를 올렸을 때 나오는 보상인데 보통 자대 배치 이후부터 받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실 신병교육대에서도 받을 기회가 있긴 있다. 수료식 때 교육대장 상장을 받은 경우 자대로 가서 지휘관에게 제출하면 규정상 별도의 심의 없이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교육대장 상은 어떻게 받을까?


교육대마다 기준이 상이하지만 보통 ‘이 조건’을 충족하면 그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그것은 바로 ‘사격 만발’이다.     

사격이란 경험치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어 처음 총을 잡은 사람이 잘 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신병교육대에서 사격할 때 만발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만발이 나온다면 수료식 때 상 받을 확률이 높아지고 최소 전화 정도는 하게 해줄 것이다. 

  

사격의 중요성은 신병교육대뿐만 아니라 자대에서도 유효하다. 사격집중주(사격을 집중적으로 하는 주(week))때 만발을 쏜다면 아마 100% 포상휴가를 받을 것이다.      

사격이 전투기술의 가장 기초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강조하고 있어서 사격만 잘 해도 주기적으로 포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격이라는 것이 의외로 까다로워 만발이 쉽지 않다. 요즘엔 그래도 전투사격 방식으로 변경되어 20발에 13개 표적을 맞추는 거라 한 두 발 잘못 쏴도 만발이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물론 편법이다) 예전에는 20발에 20개 표적이라 한번 잘 못 쏘면 거기서 끝이었다. 신병교육대에서는 아직 예전 방식을 사용하여 20개 표적을 다 맞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잘 쏘는 사람도 한 발씩 삐끗 나기도 하는 게 사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격을 잘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야전교범 상에도 이 방법이 잘 나와 있지만 후보생 때 기초 군사훈련 이후로 본 적이 없어 개인적인 경험을 빗대어 풀어 보겠다.(보병출신도 아니고 예전 기억을 되살리는 거라 일부 용어나 설명에 오차가 있을 수도 있지만 큰 맥락은 같으니 양해 바랍니다)


1. 어깨 견착

보통 총을 주어졌을 때 어깨 견착만 봐도 이 사람이 미필인지 군필인지 알 수 있다. 

예전에 작가가 미필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만화. 저렇게 쏘면 반동 때문에 조준하는 부분이 눈에 맞을 수도 있다


총이란 쏘고 나면 반동이 있어서 총구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 총을 쏠 때는 어깨 견착을 하고 쏴야 그 반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어깨 견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쏘는 순간 총구가 흔들려 표적을 맞출 확률이 떨어진다. 어깨 견착만 제대로 해도 절반 이상은 먹고 갈 수 있을 만큼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가끔 사격을 하고 총의 반동에 광대뼈가 부딪치기도 하는데 어깨 견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이다.     


2. 호흡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과정에서 어깨 견착 부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격 시에는 호흡을 멈춰야 한다. 교범 상에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에 2/3 정도 내뱉은 상태에서 멈춘 다음에 쏘라고 하지만 겪어본 결과 숨을 너무 크게 들이마시지만 않으면 그냥 멈추고 쏴도 큰 차이는 없었다. 아무튼 멈추는 게 중요하다.


3. 격발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도 총구는 흔들린다. 그래서 격발을 할 때는 갑자기 당기는 게 아니라 손가락 끝마디로 천천히 당겨야 한다. 방아쇠를 천천히 당기면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는데  스나이퍼들이 K-2를 쏠 때 17번? 정도 느낀다고 한다.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이 걸리는 느낌을 느끼면서 천천히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그래서 격발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격발을 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방아쇠를 당기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격발을 하라는 게 무슨 개소린가 싶겠지만 방아쇠의 걸림을 느끼다 보면 어느 순간 격발 되어 ‘아 이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격발 하라는 건가?’ 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부작용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격발 되어 총소리에 놀랄 수도 있다. 


4. 접용점

어깨에 견착을 하고 표적을 조준하면 개머리판에 얼굴이 닿는 부분이 있다. 이를 접용점이라 하는데 접용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표적을 보는 가늠자와 가늠쇠가 일치하는 부분이 달라진다.       

총에 얼굴이 닿는 부분을 접용점이라 한다. 왼손은 거들 뿐.

물론 접용점이 달라졌어도 맞는 경우는 많지만 사격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같은 조건으로 다른 표적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 미묘한 차이로 빗나가는 경우가 있다. 만발을 위해서라면 접용점을 떼지 않은 게 좋다.     

하지만 전투사격이나 돌격 자세로 쏘게 되면 이 접용점을 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갑자기 조준을 하더라도 비슷한 위치에 접용점을 대는 연습이 필요하다.      


5. 영점

영점사격이란 사람마다 얼굴형이나 시야가 다르기 때문에 총을 조준할 때 보는 지점도 다르다. 이 격차를 표적을 조준하는 가늠자의 조정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보는 대로 총이 나가게 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실거리 사격 전에 영점사격을 통해 총과 내 시야를 일치시킨다. 


영점사격을 할 때 떡잎을 가릴 수가 있는데 총을 쐈을 때 총알이 모여 있는 사람이면 사격도 잘한다. 물론 표적은 영점사격지 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영점사격을 잘 못 해도 표적을 맞출 수는 있다. 영점을 맞추고 조준만 잘하면 대충 쏴도 잘 맞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보는 대로 총이 나가는 것이다. 

영점사격은 보통 3발씩 3번 쏜다. 3발씩 쏠때 그 분포를 탄착군이라 하는데 3발이 모여있으면 영점 조정이 쉽지만 너무 퍼져있으면 조정하기 힘들다


      

6. 마음의 번뇌 

위의 다섯 가지만 잘 지킨다면 총에 이상이 있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만발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격을 하면서 만발에 가까워질수록 불현듯 불안함이 느껴질 수 있다. 포상이 눈앞에 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조금만 더 하면 만발인데 안 맞으면 어쩌지?’, ‘이 한 발에 포상이 달려있다’ 등등 마음의 번뇌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 마음이 번뇌가 일어나는 순간 표적을 맞출 확률이 줄어든다. 사격은 멘탈에 큰 영향을 받아 이 멘탈이 나가면 일을 그르칠 수가 있다. 그래서 간혹 사격 중에 총기 이상이 생기면 나중에 추가 사격의 기회를 줘도 다 맞추기 힘들다. 사격을 할 때는 그저 호흡, 조준, 격발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


사실 영점 사격을 제외한 위의 5가지는 알고 있어도 쉽게 되지 않는다. 표적이 올라온 순간 긴장돼서 대충 조준선 정렬만 하고 쏠 것이다. 그리고 불합격해서 탄피를 들고 내려오는 순간에서야 기억날 것이다. 

물론 대충 쏴도 합격 할 수 있다. 대신 만발은 힘들 것이다. 

운좋게 만발이 나온다해도 저것들을 명심하지 않고 쏜다면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컨디션은 일시적이지만 클라스는 영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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