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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Apr 11. 2018

특급전사

군대상식


“본인이 가장 건강했을 때가 언제세요?”     


이 질문을 대한민국 군필 남성에게 묻는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군대에 있을 때라고 답할 것이다. 

한참 건강할 나이이기도 하지만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며, 아침이면 뜀걸음 하고 오전 오후로 일과를 하고 저녁에는 전투체육을 하는 등 체력적인 소모가 많다 보니 말랐던 사람은 근육이 붙고 살쪘던 사람은 살이 빠지는 등 육체적으로 건강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간혹 살이 더 쪄서 나오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은 아마 입대를 안 했으면 그보다 더 쪘을 것이다.     


군인은 체력이 생명이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운동을 시키니까 체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말을 냇가에 데려가도 물을 먹일 수는 없는 법. 아무리 시킨다 한들 개인의 의지에 따라 그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동기부여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운동능력을 측정하고 그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한다.      


운동능력을 측정한다면 어떤 것을 측정할까? 

생각보다 별거 없다. 팔 굽혀 펴기, 윗몸일으키기, 3km 달리기 딱 3가지를 본다. 하지만 전투력이라는 것이 체력만으로는 평가할 수는 없는 법. 체력과 더불어 사격능력과 정신전력을 평가하여 거기에 맞는 호칭을 부여한다.

사격, 체력, 정신전력이 2급 이상이면 일반 전사라 하고 1급 이상이면 전투프로라 칭한다. 군대에서 아무리 운동한다 하지만 운동 안 하고 살아온 세월이 20년이 넘는 친구들은 꾸준한 단련이 없으면 보통 전투 프로도 되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 전투 프로보다 더 되기 힘든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이 특급인 특급전사이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특급전사의 조건은 2분 동안 팔 굽혀 펴기 72개, 윗몸일으키기 82개, 3km 달리기를 12분 30초 이내에 들어와야 하는 막강한 체력을 지녀야 한다.(나이를 먹을수록 기준이 조금씩 완화된다. 두 개씩 정도?) 

그리고 그러한 체력을 지녔다고 해도 사격에서 18발 이상(요즘은 13발 중 12발 이상이다) 맞추지 못하면 그냥 체력 좋은 사람이 될 뿐이다. 거기에 정신전력 90점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그냥 달달 외우면 되는 것이라 보통 다른 조건이 만족하면 정신전력은 그냥 통과한다.

     

솔직히 전역하고 전혀 쓸모없는 칭호지만 군대 내에서는 아주아주 중요한 타이틀이다. 일단 특전사를 제외한 일반 부대에서 특급전사가 그리 많지 않아 희소성이 있다. 군내에서 요구하는 최고치 수준의 전투력을 보유했다는 증거이며 이 하나만으로 자신감과 자부심이 뿜뿜할 수 있다. 

물론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것은 바로 ‘포상휴가’이다.     


특급전사를 달성하면 특급전사 뱃지와 함께 포상휴가를 부여하는데 내가 있던 부대에서는 이 특급전사 하나만으로 갈 수 있는 휴가가 7일 정도 됐다. 사격 특급으로 받는 포상이 2박 3일 + 특급전사 포상 3박 4 일해서 총 7일인데 계급마다 한 번씩 받는 정기휴가가 10일 정도 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거기에 더불어 건강한 육체까지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혹시 겨우 1주일 나갔다 오는 걸로 뭘 그러냐 생각하지 마라. 그들에겐 그 7일이 7개월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한 번씩 군대 간 연예인들이 군대에서 특급전사를 달성했다는 기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사례로는 가수 이승기가 그랬고 유노윤호가 그랬다. 절대적 지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군 생활 나름 열심히 했다고 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길가다 군인들 중에 특급전사 뱃지를 달고 있는 병사를 보면 누구보다 노력했다는 증거이니 속으로 칭찬해주자.

부대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대충 이렇게 생긴 뱃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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