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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장교로 사는 것
by 캡틴 May 14. 2018

부사관과의 관계

장교와 부사관의 관계는 부대마다 성향이 다르다. 처음 있던 부대에서는 장교와 부사관들과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방과 좀 떨어져 있어 현행 작전과는 거리가 멀고 짬 많은 간부들이 많다 보니 전우애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위급들과 상·원사 급들 사이에서 약간의 기싸움 같은 것이 존재했다. 그도 그럴게 보통 야전에는 상·원사쯤 되면 실무에서 손을 떼고 지시만 하면 밑에서 알아서 다 하지만 동원부대에는 대대에 부사관이 주임원사 포함 4명 정도인데도 실무에 손을 떼 버리니 그 업무가 중·하사, 중·소위들한테 가는 것도 모자라 대위들한테까지 가니 안 좋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사관들한테 ‘님’ 자를 붙이지 못하게 교육도 했고 실무자인 중위가 상사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사적인 관계에서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없지만 공적인 관계에서는 어느정도 부대 분위기를 따라갈 필요도 있다.  


처음 자대에 갔을 때는 잘 몰랐기에 부사관들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부사관들한테 막 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잘해주면 무시하고 이용당하기 십상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하는지가 애매했다.      

언어 또한 부사관들한테 ‘님’ 자를 붙이면서 말하는 건 아니라는 것은 알겠는데 어디까지 존칭을 해야 하나도 고민이었다. 동기들끼리 이 문제에 대해 얘기했을 때 짬이 좀 있는 부사관이라면 모르겠는데 나보다 어린 하사들한테도 꼬박꼬박 존칭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말도 오고 갔다. 교육기관에서도 이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명확한 답변보다는 알아서 판단하라는 입장이어서 나름의 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세운 기준이 나보다 먼저 왔냐 늦게 왔냐로 정했다. 자대에 갔을 때 먼저 있는 하사들에게는 존칭을 하지만 나보다 늦게 들어온 하사한테는 반말을 해도 무방할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자대에 갔을 때 단기하사 1명과 전문하사 2명이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존댓말로 대화를 했고 사이도 원만했다. 그리고 전입 2달 후에 초임하사가 들어왔다. 

애초에 내가 세운 기준대로 그에게는 반말을 했고 군 생활도 나이도 계급도 내가 위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어린 친구의 생각은 달랐다. 


처음에는 별말 없었는데 몇 달이 지나고 같이 술 마시는 일이 늘어나면서 점차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문하사는 3월에 임관하고 초임하사는 5월에 임관을 했었는데 임관일도 별로 차이 안 나는데 왜 저 사람한테는 존댓말을 하고 본인한테는 반말을 하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도 부대 온 지 얼마 안 되고 장교 중에는 맨 막내이다 보니 본인한테 밀리면 부대에서 설 자리고 없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어이가 없었다. 장교와 부사관이 영역이 다르다고 하지만 내 기준에서 그에게 존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 부사관에게 하는 존칭을 짬 대우라고 생각했기에 나보다 짬도 안 되는 부사관에게 굳이 존칭을 해야 하나 싶었다. 오히려 반대로 묻고 싶었다. 나한테 밀리면 본인이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딱히 논쟁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 그냥 어린 친구니까 그러려니 하고 앞으로 공적인 자리에서는 존칭을 해주기로 했다.      


그 후 그와 임관 1년 차를 같이 겪으면서 더 친해졌고 가끔 나를 이용해먹으려는 것도 봤고 그리 좋은 친구는 아니었지만 서로 힘든 입장에서 도와가며 이겨내려고 했다. 

그렇게 좀 친해지다 보니 그도 가끔 나한테 반말을 하곤 했는데 문제는 둘만 있는 자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가끔 그러곤 했다. 그냥 친한 편이니까 거기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다시 깍듯이 존댓말을 썼다.


아마 주임원사한테 된통 혼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말고도 존칭 문제 때문에 여러 일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짬이나 나이같은 거 상관없이 소위 중위 때는 모든 부사관한테 존칭 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특히, 데리고 있던 병사가 전문하사로 임관할 경우 쉽게 반말을 하게 되는데 존칭을 써주면 그래도 간부로서의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에 꽤 힘이 될 것이다. 소위도 고달픔이 많지만 하사들은 간부들 중에서도 막내이기 때문에 더 고달픔이 많다는 것을 알아줄 필요가 있다. 장교와 부사관의 역할은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은 서로 도와가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음만 잘 맞으면 이런 케미를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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