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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Feb 11. 2018

군좀알이 바라보는 TV 속 군인과 군대:신과 함께

신과 함께


신과함께 스틸컷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신과 함께.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원작으로 했으며, 원작과 다른 이야기로 원작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1000만 관객을 넘은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이정재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연기는 디오(도경수)가 보여준 관심병사 연기였다. 특히, 첫 등장 장면인 선임들이 얼차려를 받는데 혼자 만두를 먹는 장면은 정말 관심병사를 보는 듯 해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신과함께 스틸컷

원작에서도 그랬지만 영화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군대 에피소드.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실제로 이와 같은 일들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과 실제로 있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들어갈 땐 국가의 자식, 사고 나면 느그 자식'이라는 말이 돌 듯이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나 그의 가족들은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과연 이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1. 총기 오발 사고

사실 이와 같은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요즘의 군대에선 있기 힘든 일이다. 

이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현재 접경지역을 제외하고 근무 투입 시 공포탄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을 위해 초소에 실탄을 보관하고 있지만 이중으로 보호하고 있다. 탄약함 자체에 원격조정 장치가 달려있어 당직사령이 원격조정 버튼을 눌러야 열리게 되어있디.(이 버튼 또한 두 개의 자물쇠로 잠겨있으며 사령과 부관이 열쇠를 나눠갖고 있다.)  또한 원격장치가 열린다 하다라도 열쇠를 사수, 부사수가 이원화 관리하고 있어 한 사람이 다른 목적을 갖고 열 수 없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공포탄 오발사고는 빈번하게 있지만 실탄으로 인한 오발사고는 거의 없다. 접경지역 같은 경우엔 실탄으로 근무를 투입하고 있는 만큼 인원들도 선별해서 뽑아 도경수 같은 관심병사가 실탄을 갖고 근무에 투입할 일도 드물다. 

하지만 총기 오발사고가 아예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사람 속은 모르는 일이라 선별해서 뽑는다 해도 이상한 마음을 갖은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대위 진급을 앞둔 박 중위의 시체유기 

실제로 현역 대위인 친구가 '그 자리까지 올라가려면 얼마나 더러운 짓을 했어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건 흔히 '군 알못'이나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이고 못 배운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대위 진급은 자동 진급으로 4년 정도 근무할 경우, 징계를 받지 않는 이상 숨만 쉬어도 달 수 있는 계급이다. 물론 징계를 받을 경우 대위 진급이 물 건너갈 수도 있지만 이는 대위 진급이 문제가 아니라 군생활 자체를 지속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니냐고 생각할 텐데 인과관계를 따져 봤을 때 박 중위가 저 사건으로 인해 징계받을 확률은 낮다. 


영화에 몰입해서, 내가 박 중위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만삭인 아내가 있고, 대위 진급을 앞두고 있고, 당직근무를 서는데 부하는 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실제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답은 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시체를 유기할 이유는 없다.

과연 저런 상황에서 박 중위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그날 당직이었던 죄?


흔히 군내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간부들이 진급을 위해 사고를 숨긴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데 어떤 사고라도 규정에 입각한 인과관계를 따지고 해당사항이 없을 때 징계를 받지 않는다.


실제로 군생활을 하면서 내가 맡고 있는 부대의 생활관 내에서 왕따사건이 발생해서 감찰에서 조사를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따졌을 때 지휘관으로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취해졌다고 판단되어 관련 병사들만 징계를 받고 끝났다. 

그것 말고도 옆 부대에서 자살시도 사건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해당 지휘관이 징계받는 일은 없었다. 군대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건 사고를 다 막을 수는 없다. 이런 거 하나 하나로 징계를 받는다면 아마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대가 어느 땐데 군대라고 해서 이런 것들을 다 감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영화에서 박 중위는 평소 김수홍에게 도경수의 멘토 및 전우조 역할을 부여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관리를 해왔고 근무 투입 역시 김수홍과 같이 했다는 것은 도경수를 케어하기 위해 신경 썼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수로 오발사고가 일어났고 도경수의 전화를 받고 달려갔을 때 박 중위는 무엇을 잘 못 한 것인가? 그날의 부대관리 책임이 있는 당직이었다고 해도 과연 처벌을 받았을까?

영화에 나온 장면만 봤을 때는 이는 임무에 충실했으나 어쩔 수 없는 불의의 사고였다. 이 사고로 인해 징계를 받고 처벌을 받는 것은 도경수뿐이다. 그런데 자신의 안위밖에 모르는 박 중위가 도경수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시체를 유기했다고 보긴 힘들다. 

오히려 탈영으로 처리될 경우 징계받을 확률은 100%이다. 그날의 병력 통제는 당직근무자 책임이기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신과 함께의 나온 사건이 실제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구타로 인한 '윤일병 사건', 왕따 문제로 인한 '임 병장 사건', '이상병 사격장 사망사건' 등등 현실에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사고는 일어나고 있다. 군내에서도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20대의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은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군대는 예전같이 감추기 급급하지 않다. 외부에 밝히지 않아도 군법에 의해 처벌하고 형사적, 민사적 문제가 있을 경우 군내 징계 외의 별도의 처벌도 받고 있다.(군인은 군법과 형법이 동시 적용되어 한 가지 죄로 두 번 처벌할 수 없는 즉, 이중처벌 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건 사고를 모아 주기적으로 분석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등 국민의 신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야 할 길은 멀었지만 적어도 그곳도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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