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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Nov 15. 2018

위병소

군대상식

병사들이 기피하는 근무는 어떤 게 있을까?

아니 사실 근무 자체가 기피대상이긴 한데 그 와중에 고르라면 아마 위병소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대마다 환경이 다르고 근무 들어가는 위치도 다르지만 대부분의 부대에서 병사들이 위병소 근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위병소가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병소는 부대의 첫인상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위병소 근무는 어느 부대를 가던 빡세게 교육을 시킨다. 위병소 근무 자체를 평가에 합격해야 투입이 가능하며 한달에 한번씩 시범식 교육을 하며 기강을 잡는다. 

평소에는 간부들이 출근하거나 퇴근을 하면 기록을 남기고 늦게 출근한 기록이 많거나 근무시간 중에 나간 간부가 있으면 다 체크를 한다. 나중에 이것을 근거로 불이익이 가기도 한다. 또한 외부인들이 들어오면 절차에 따라 안내해야 하며 허가되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막아야 한다. 


보통 근무들이 새벽시간이 되면 느슨해지곤 하는데 위병소만큼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탄약고 근무처럼 외진 곳에 있으면 눈에도 안 띄고 누가 오면 소리가 들리니까 방탄을 벗거나 느슨하게 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담배도 피우고 라면을 먹을 정도의 일탈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위병소에선 꿈도 못 꾼다. 새벽에도 언제 간부들이 왔다 갔다 할지 모르기 때문에 방탄조차 못 벗고 있는다. 

뭐 당연히 그게 정상이긴 하지만 보는 눈이 많다는 건 여러모로 피곤하다.


우리 부대 같은 경우 사단 전체가 한 울타리 안에 있어 유독 군 기강이 강했다. 위병소 근무를 전담하는 부대가 따로 있었는데 근무자들이 어찌나 대단한지 1,000명이 넘는 간부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인원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출퇴근 시간에 근무서는 병사들은 유독 뛰어난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퇴근시간에 한꺼번에 차를 타고 나가면서 창문을 열어 ‘스캔’이라고 말하면 다 적고 나서 ‘됐습니다’라는 말이 돌아오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간부들이 얼마나 괴롭혔으면 얼굴을 다 외웠을까 싶다. 중령급 되는 간부들도 왜 자기를 모르냐고 갈궜다고 한다. 물론 그 간부들 입장에서는 중령급 이상이면 어느 정도 지위가 있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단 전체로 보면 몇십 명이 되는 중령들 중 하나일 뿐인데 병사들이 못 외우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안 한다. 

듣기로는 위병소 근무서는 애들한테 간부 연명부를 주면서 외우게 했다고 한다. 물론 나중에는 이런 것들을 절대 못 하게 하고 간부들한테 출퇴근 시에 반드시 소속 계급 성명을 말하면서 들어가게 했다. 

하지만 만만한 게 병사라고 위병소 근무서는 병사들에게 하도 불친절한 사례가 많다 보니 사단 차원에서 그들을 보호하고자 간부들을 배치하기도 하고 불친절한 간부들 명단을 만들라고 시켜 해당 부대에 통보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간부들이 위병소 병사들의 지시에 불응 시 공포탄을 발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영내 간부숙소가 있는 부대에선 영내 간부들이 출타를 하려고 위병소 일지를 조작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병사들 입장에선 간부들과 얽힐수록 피곤한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참고로 위병소가 없는 부대도 있다. 부대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에 있기 때문에 별도로 위병소가 필요가 없는 것이다.

.........

이렇게 보면 그래도 있는 게 나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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