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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Oct 31. 2018

당직근무 때 하는 일들

군대상식

예전에 당직에 대해 글을 썼을 때도 얘기했지만 당직근무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힘든 하루를 끝내도 퇴근을 못 한다는 것과 근무 취침이라도 잘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여러모로 스트레스이다. 그렇다고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군대에서 당직을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은 하냐고 물으면 사실 그렇게 하는 일이 많진 않다. 하지만 주간 부대 운영의 책임자가 각 부대 지휘관이라면 야간 부대 운영의 책임자는 당직근무자들이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도 없다. 각 시간대별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를 가볍게 여기고 넘어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질 수도 있다. 모두가 퇴근하고 없는 시간 부대 운영의 책임자인 당직근무자들은 어떤 일들을 하는지 알아보자. 


당직근무자들의 전체적인 일과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16:30 근무 투입 / 야간 부대 운영 인수인계 / 총기, 탄약 실셈

17:30 저녁 급양 감독

20:30 청소 감독

21:30 저녁 점호

22:00~ 취침 확인 및 유동병력 관리

06:30 기상확인

07:00 아침 점호

07:20 아침식사 급양 감독

08:00 부대 일지 정리 / 당직근무 간 특이사항 인수인계

수시 : 병력 통제, 탄약 수불, 안전순찰


주말은 07:00에 기상하여 30분씩 늦춰져서 07:30 점호에 근무 투입은 08:30까지 하고 일요일엔 오전에 종교활동을 통제한다.

 


당직근무자들은 기본 2인 1조로 근무를 하며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반드시 한 명은 상황 대기를 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열쇠를 이원화해서 관리하기 때문에 각자 열쇠 목걸를 메고 있다. 각 역할별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부대 규모, 형태에 따라 차이는 있다)


1. 당직사령

야간 부대 운영의 총책임자이며 보통 사단급은 소령 이상, 연대급은 대위 이상, 대대급은 중위 이상이 맡는다.(부대의 형태마다 차이는 있다) 지휘통제실에 위치해서 상급부대와 직접 소통하고 예하부대 당직사관들을 컨트롤해야 한다. 부대장에게 부대 운영에 관한 지침을 받기도 하고 먼저 부대 운영 중점을 브리핑을 하기도 한다. 상급부대와 당직근무 회의를 하고 그 사항들을 당직사관들한테 전파하여 부대 운영을 조율하며 아침 점호를 주관하기도 한다. 

상황 발생 시 부대를 총괄하여 통제하며 부대장이 오면 전체적인 경과를 브리핑한다.  

부대장이 퇴근하거나 부대 들어오면 도열을 나가는 것도 역할 중 하나다.(위병소에서 연락을 받으면 막사 앞에 나가서 경례를 한다) 


2. 당직부관

지휘통제실에 위치하여 당직사령을 보좌하는 역할로 대대급에선 소위나 짬 안 되는 하사들이 한다. 보통 당직 사령이 식사나 순찰 등의 이유로 부재 시 대신 지휘통제실을 지킨다. 또한 탄약 수불을 담당하며(당직사령이랑 같이 하지만 계급이 낮아 안 도와준다고 불평도 잘 못한다) 환자 발생이나 야간 차량 운행 시 선탑 임무를 한다. 상급부대에서 수시로 현황조사 같은 것을 시키기도 한다. 


3. 당직사관

병력운영 부대의 당직근무자로 소위 이상, 하사 이상의 부사관들이 하긴 하지만 병력 통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초임 하사들에게는 잘 안 시킨다. 병력들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파악하고 조율하며 경계근무자들이 경계작전명령서에 맞게 투입되는지 확인한다. 총기 관리와 위생관리 등을 하며 저녁 점호를 주관한다.


4. 당직병

병사들 중에 분대장급들이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며 주로 하는 임무는 경계근무 투입 시 교대장 역할을 하고 당직사관 부재 시 자리를 지킨다. 책임은 그리 많지 않지만 당직사관이 허드렛일을 많이 시키기 때문에 고단할 때가 많다. 

당직사령 완장. 당직사령은 작대기 4개,  당직부관은 3개,  당직사관은 2개, 당직병은 1개이다.


당직근무를 서는 이유는 야간에 부대 운영의 책임자가 필요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상황이 부여되곤 하는데 상급부대에서 상황전파 훈련을 주기도 하고 5분 대기조 담당 부대는 5분 대기조 출동점검, 포병은 *낙탄 채증반 훈련이나 *훈련 번개를 하기도 한다. 

저런 훈련상황 말고도 실제적인 변수가 많아서 거기에 대한 매뉴얼을 외우고 있어야 한다. 갑자기 환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겨울에는 동파 예상 지역들을 순찰해야 하며 눈이 오면 제설, 비가 많이 와도 배수가 안 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보고인데 상황에 따라 상급부대에만 보고해야 할 사항이 있고 지휘관에게만 보고해야 할 상황, 혹은 둘 다에게 보고해야 할 상황이 있다. 그것을 잘 판단해서 보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 중에 누가 가장 힘드냐고 묻는다면 부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어딜 가나 당직병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당직병에게 책임 소지는 없지만 가장 고생한다. 새벽에 당직근무 교대를 해주러 1시간 30분~2시간마다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는데 이동 소요와 별개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장난 아니게 춥다. 게다가 당직사관이 괴팍한 사람이면 그거는 그것대로 고생한다. 그래서 근무 취침은 반드시 시켜야 하며 훈련 전에는 윤번제로 돌려서 휴식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




*낙탄 채증반 : 적 포탄 낙하 시 현장을 보존하고 상급부대에 현장을 보고하는 역할

*훈련 번개: 즉각 대기 임무가 있는 부대들이 적 화력도발 시 포상을 점령하고 포탄사격준비를 하는 것. 사격준비 완료까지 5분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실상황은 '번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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