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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Nov 28. 2018

동원훈련(준비 편)

군대상식

동원부대에는 상비사단처럼 훈련이 많이 없다. 

대대전술 훈련, 포대 전술 훈련이 없고 포탄사격도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이다. 

해봤자 연대전술훈련이나 사단 전술훈련 정도뿐이다. 그것도 인원이 많이 없다 보니 상비사단보다 규모가 크지 않고 힘들지도 않다. 하지만 동원사단이 상비사단에 비해 빡센 훈련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동원훈련이다. 

아무래도 동원사단이다 보니 동원훈련의 규모가 상비사단과 비교가 안 된다. 상비사단에선 동원훈련 입소자가 50명도 안 되지만 동원사단에선 몇 백 명이 입소를 한다.

말이 몇백 명이지 그 인원들을 훈련시킬 준비를 하려면 정말 빡세다. 

동원훈련은 시작 전 한 달 전부터 바빠지기 시작한다. 그쯤이면 300~400명 되는 입소자 명단이 나온다. 그러면 인사과에서는 그 사람들한테 하나하나 전화를 한다. 대략적인 실 입소자와 필요한 버스 대수를 파악하기 위해서인데 전화번호도 안 맞고 온다 그랬다 안 오고, 안 온다 그랬다 오고 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하지는 않다. 작전과에서 훈련계획을 작성하는데 입소는 어떻게 하며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로 어디에 배치되고 교육시간, 교육 장소, 각 교관 배치 등등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작성한다. 군수과에서는 필요한 물자들을 준비하고 없는 것은 청구 넣는다. 각 과목별 교관들은 교육준비를 하기 위해 실습 계획표, 교안, 상황판 등을 제작하고 브리핑 준비를 한다. 

무엇보다 가장 바쁜 것은 인사과이다. 동원훈련은 인사 훈련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인원에 대한 명단을 만들고 생활관 배치하고 명찰, 주기표 심지어는 전투 편성표도 짜기도 했다(전투 편성표는 원래 작전과 일이지만 어째서인지 인사과에서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각 인원에 대한 입소 필증, 지휘서신, 서약서 등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야 할 서류들을 다 준비하고 병무청과 협의할 사항들을 조율한다. 


행정적인 절차들을 하다 보면 3주가 훌쩍 지나가고 1주일 전부터는 동원훈련장에 가서 본격적인 훈련 세팅을 한다.  침구류(매트릭스, 모포, 포단, 배게 등), 장구류(탄띠, 헬멧, 군장, 야삽, 수통 등), 총기 등등 준비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원훈련장은 사단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전투부대가 아니다 보니 오래된 건물에 오래된 물건들을 쓴다. 청소는 물론이고 침구류 일광건조를 시키고 장구류를 받아서 관물대 별로 배치한다. 그리고 각 인원에게 주어지는 관물대, 방탄헬멧, 총기 등등에 주기표를 부착한다.   

하지만 입소 인원에 비해 준비하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 개 대대원들로 부족해서 연대 전체가 준비를 해야 한다. 한 주에 한 개 대대씩 총 4주 동안 해야 된다. 그중 첫 번째 부대가 가장 고생을 하는데 계획 작성부터 초기 훈련장 세팅까지 모두 도맡아서 하고 그 뒤에 하는 부대들은 그냥 첫 부대가 한 대로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사열인데 사단장님, 연대장님 사열도 첫 부대만 한다. 


사열은 보통 훈련 전 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하는데 인도인접부터 각 훈련과목별 교관들의 임무 브리핑을 받으면서 훈련장을 한 바퀴 돈다. 사열하는 것은 지휘관들의 스타일마다 다른데 실제 예비군이 들어왔을 때처럼 브리핑하라는 사람도 있고 준비 현황만 보고받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하나하나 물어보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사열하면서 지적사항이 안 나올 수는 없다. 실무자들이 고심해서 준비해도 지휘관 눈에는 성에 안 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 지휘실습 왔을 때 말고는 사열 후 분위기가 그렇게 안 좋지는 않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지휘실습 편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렇게 사열이 끝나고 나면 지적사항들을 수정하고 미비된 것들을 마무리하며 훈련 준비는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이쯤이면 동원훈련 다 끝나고 말한다. 훈련보다 힘든 게 훈련 준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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