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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Dec 12. 2018

혹한기 훈련

군대상식

12월이 되고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내복과 한 몸이 되고 전기장판의 노예가 된다. 현역 시절 이맘때쯤 되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번 혹한기 훈련 어떻게 하냐?"


혹한기 훈련이라 하면 현역으로 갔다 온 군필자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것이다. 춥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며 이러다 얼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 때 영하 40도에서 '장진호 전투'를 치른 선배 군인들을 리스펙 하게 된다.

미필자들도 혹한기 훈련이라고 말들은 많이 들어봐서 추운데 훈련한다는 건 알겠지만 뭐하는 훈련인지는 잘 모를 것이다. 

혹한기 훈련은 그냥 추운 데서 자보는 게 아니라 혹한의 날씨에서 '전술훈련'을 하는 것이다. 전쟁은 날씨에 따라 변수가 많아지며 어떠한 상황에서의 전투가 치러질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훈련을 해야 한다. 겨울에도 물론 전투는 치러질 것이며 혹한의 날씨에서는 더욱 변수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것을 대비하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 따른 변수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변수는 바로 온열손상에 대한 대비이다. 추운 날씨가 지속되다 보면 손끝 발끝 귀끝 등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는 부분에 동상이 걸리기 쉽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대책을 구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전쟁의 '장진호 전투'때는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추위 때문에 부상자의 1/3이 동상 환자였다. 따라서 용사들도 개인별로 방한대책을 강구하고 동상에 걸리지 않게 하는 법을 미리 훈련한다. 밖에서 자기 위해선 핫팩이 하루에 몇 개 필요하고 어느 위치에 두는 게 좋은 지도 하나의 경험이다. (개인적으로 핫팩은 3~4개 정도가 필요하며 위치는 목 뒤, 허리, 발끝 부분에 1~2개 두면 잠을 잘 잤다. 이때 주의할게 핫팩을 맨살에 닿게 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간부들 같은 경우 텐트에서 늄침대를 깔고 자기도 하는데 혹한기때는 호불호가 갈린다. 바닥에서 부대끼고 자는게 따뜻하다고 바닥에서 자는걸 선호하는 경우가 있고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니 늄침대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 변수로는 날씨에 따른 물자 장비 관리인데, 전투장비는 추워지면 성능 저하가 발생해 관리를 잘해야 줘야 한다. 특히 배터리를 쓰는 장비들은 금방 방전되기 때문에 최대한 따뜻한 곳에 보관하며 수시로 충전해야 줘야 한다. 당연히 배터리를 쓰는 차량들도 수시로 시동을 걸어줘야 한다. 

물자도 겨울에는 챙겨야 하는 것과 관리하는 법이 따로 있다. 식수 같은 경우 얼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난로가 있는 장소에 보관해야 하며, 텐트를 칠 때도 혹한기 때는 챙겨가야 할 것들이 더 많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 때문에 바닥에 까는 것들이 더 많고 은박 롤로 텐트를 감싸고 외부는 비닐에 후라이를 쳐서 조금이라도 실내온도를 높이려고 한다. 위장망도 설상 위장망을 치고 산을 올라가야 하는 경우 아이젠을 챙기는 등등 챙길게 더 많아진다.   


세 번째 변수로 임무수행 능력인데 섬세한 작업 같은 경우 장갑을 끼면 감각이 둔해져서 장갑을 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손이 시려서 빠르게 작업이 불가능하다. 포병 같은 경우 사격제원을 계산할 때 계산하는 장비가 따로 있지만 장비가 불가용할 때를 대비해 사람이 수동으로 계산하는 것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때 도판에 핀으로 부대 위치와 적의 위치, 관측소 위치를 찍은 다음에 거리나 각도를 계산하는데 조금만 잘못 찍어도 계산에 오차가 생겨 사격제원이 크게 틀어지기 때문에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임무들을 혹한의 날씨에서 수행해보며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해 훈련을 한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야외숙영 훈련을 하고 나면 대망의 혹한기 행군이 남아있다. 행군은 보통 날씨에 해도 싫지만 혹한의 날씨에는 더 싫어진다. 혹한기 행군을 처음 하는 사람은 추우니까 내복도 입고 방상내피(깔깔이)도 입는 경우가 있는데 조금 걷다 보면 더워서 벗어던져버리고 싶을 것이다. 게다가 땀을 많이 흘릴수록 휴식시간에 더 추워지기 때문에 오히려 빨리 출발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래서 혹한기 행군 때는 내복은 절대 금물이며, 방상내피는 그래도 더우면 벗기 쉽기 때문에 선택에 맡긴다. 


가끔 혹한기 훈련을 앞두고 내한적응 훈련이라고 알통구보를 하기도 하고 야외숙영을 하기도 하는데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매년 겪어도 이맘때쯤이 되면 혹한기 훈련을 걱정한다. 추위는 암만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냥 혹한기 훈련 때 한번 춥고 마는 게 좋다. 


 

야외 숙영 후 다음날 얼어 붙은 반합. 미안하지만 혹한기 훈련때  찍은게 아닌 10월에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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