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상식
이 말은 군대 내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보고라는 것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말이고 실제로도 보고가 그만큼 중요하다.
보고가 중요한 것은 비단 군대에서의 일만은 아니다. 조직이 수평적이건 수직적이건을 떠나서 조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보고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하물며 수직적 조직의 끝판왕인 군대에서의 보고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보니 보고만 잘해도 인정받을 수 있다.
군대의 보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고도 훈련 중 하나이다.
군대는 전투를 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보고가 단순 의사소통을 넘어서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일이다. 예로 들어 적을 발견했거나 누군가 다쳤을 때 보고가 지연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개인의 목숨을 넘어 집단의 존폐까지 위협할 정도로 큰 피해가 발생한다. 그래서 경계근무를 투입하기 전에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보고요령이다. 전시에는 더 치열하게 보고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해 평시부터 연습을 해두는 것이다.
둘째, 보고는 책임전가이다.
군대에서 하급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착각이 자신이 책임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무자면 당연히 자신의 일은 자신이 책임지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습게도 그 책임은 혼자 떠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일이라면 실무자 선에서 책임지고 끝날 수도 있지만 중대한 일들은 절대 본인 책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상급자가 있다면 상급자도 책임이 있고 최종적으로 부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은 지휘관에게 있다.
참모들이 하는 일을 따지고 보면 모두 지휘관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지휘관 혼자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참모진을 꾸리고 그들이 대신하는 것이다. 대신 지휘관은 모든 부대일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에 대한 면책을 피할 수 없다. 중대의 일은 중대장이 책임지지만 중대의 일은 대대의 일이기도 해서 대대장 또한 책임이 있다. 대대 역시 연대의 소속이고 연대도 사단 소속이다. 그래서 책임이 많은 만큼 그 사람에게 부여되는 권한도 많은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는 상급자나 지휘관에게 보고하는 것 만으로 책임이 분산된다. 즉 문제에 대한 주 책임자가 상급자에게로 넘어가는 것이다. 상급자 입장에서는 남이 싼 똥을 치우는 것 같은 기분일 수도 있지만 이는 원래 상급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상급자 역시 이를 알기에 하급자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보고'만 잘해도 된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만 해주면 된다. 나머지는 상급자의 몫이다.
셋째, 보고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초급간부들 같은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보고를 하면 혼나까 봐 말도 못 하고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큰 문제 같아도 보고를 하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상급자들은 갖고 있는 권한이 다르고 군생활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전화 한 통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을 때 혼날까 봐 혼자 끙끙 앓으면서 스트레스받다가 나중에 걸려서 된통 혼나는 것보다 자진 납세하는 해서 한번 혼나고 끝나는 것이 훨씬 낫다. 보고가 늦어지면 일만 더 커질 뿐이다.
넷째, 보고는 의사소통이다.
지휘관이라는 자리는 외로운 자리라서 항상 부대원들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부대원 입장에서 지휘관에게 사소한 거 하나하나 보고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낮은 계급의 부대원들은 지휘관과 소통하는 것을 껄끄러워하지만 지휘관들은 소통하는 부대원의 계급이 낮을수록 좋아한다.
보고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정식 보고를 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항이 아니라면 그냥 차 한잔 마시면서, 담배 피우면서 평소 대화하듯이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보고가 된다. 이런 의사소통들이 쌓이다 보면 신뢰도 같이 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