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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Feb 20. 2019

군대 병원

군생활 이야기

휴가를 복귀하고 출근하는데 몸이 무거웠다.

하필 휴가 때 몸살 기운이 있어 내내 누워있었는데 아직도 가시지 않아 으슬으슬했다. 

감기 몸살이 생각보다 오래간다고만 생각하고 이러다 말겠거니 하고 견뎠다. 

어차피 일과가 오전에 외부 초청 교육 갔다가 사무실에만 있으면 돼서 의무대는 안 가려고 했다. 


몸이 축 쳐져 교육에 전혀 집중은 안 돼서 대대 간부들이랑 같이 밥 먹고 들어가서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육이 끝나고 식당으로 갔는데 반찬으로 나온 제육볶음을 보니 식욕이 돋았다. 

식판에 한 가득 받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식욕이 여전한걸 보니 금방 낫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몸은 더 안 좋아졌다. 


체력단련 시간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링거이라도 맞으러 의무대에 갔다. 의무병에게 접수를 하고 금방 군의관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군의관이 증상을 물어보고 배를 눌러보더니 아무래도 장염 같다고 자세한 건 군 병원 가서 진찰을 받아보라 했다. 

군대에서 아프면 우선적으로 부대 내에 있는 의무대로 가지만 자세한 진찰은 군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의무대에 있는 군의관도 의사 자격증은 있지만(의사 자격증이 있으면 계급이 대위다) 의사마다 전문이 따로 있듯 군의관도 전문분야가 따로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진단은 해줘도 자세한 것은 잘 모른다. 또한 의무대엔 의료장비가 잘 갖춰있지 않기 때문에 정밀검사가 필요한 것은 모두 군 병원으로 보낸다. 

일단 링거는 맞고 가려는데 의무병이 혈관을 잘 찾지 못해 몇 번을 찌르고서야 겨우 맞을 수 있었다. 

그래도 링거를 맞으니 기운이 좀 생겼다. 이대로면 내일 굳이 병원을 안 가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복귀해서 의무대에서 준 약을 먹었는데 점심에 먹은 것을 다 게워냈다. 그냥 생각보다 몸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알았다. 

 

외래 진료는 1주일에 한 번씩 가는데 연대별로 돌아가면서 선탑 간부를 지원을 해준다. 마침 우리 연대가 지원해줄 차례라서 선탑 간부 겸 진찰을 받으러 갔다. 


군용 엠뷸런스. 주로 외래진료때 쓰이며 일반 병원에서 쓰는 엠뷸런스도 있다.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군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하고 기다렸다. 일반 병원에서도 그렇지만 군 병원도 간다고 진찰을 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군 병원은 큰 지역마다 하나씩 있어 주변 부대들이 모두 그 병원으로 오기 때문에 대기자들이 많다. 특히 수요가 많은 치과 같은 경우 예약이 몇 달씩 밀려있기도 한다. 


점심시간쯤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군의관이 상태를 보더니 자세한 건 검사를 받아봐야 알지만 아무래도 입실을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입실을 하겠다고 말을 못 했다. 1주일 뒤에 포탄사격 훈련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대 사격지휘 장교는 나였고 포탄사격 사격지휘 경험이 있는 사람도 나뿐이었다. 꾹 참고 포탄사격까지 할까 했지만 하루 종일 먹은 것도 없는데 약을 먹으면 게워내고 식은땀만 흘리니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다. 

복귀해서 대대장님께 보고하니 한 명 없다고 사격지휘 못 하는 게 말이 되는 거냐고 입실하라고 했지만 첫 포탄사격 훈련을 하는 후임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차 보였다. 하지만 도저히 참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음 날 개별적으로 병원으로 갔다. 

좀 오래된 병원이다 보니 건물이 많이 낡았고 내부 시설도 별로 좋지 않다.  

병실에 들어서니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8인 1실도 아니고 12인 1실쯤 되어 보였다. 그래도 군대이다 보니 어느 정도 질서가 있었다. 입원 수속이 끝나자 간호장교가 병실 안쪽에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간부 입원실이었는데 4인 1실이라 그래도 꽤 쾌적해 보였다. 게다가 입실해 있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다.

입실해있는 사람의 계급은 하사였는데 이틀 후면 나간다고 했다. 고로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이상 이틀 후부터는 혼자 병실을 쓰게 되는 것이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하게 주의사항 같은 것을 들었다. 금연을 특히 강조했고 가끔 당직근무자가 야간에 순찰 돌다가 늦게까지 핸드폰하고 있으면 뭐라 할 수도 있으니 늦지 않게 자라고 했다. 


당분간 아무것도 먹지 못 하니 링거를 맞아야 했다. 순간 의무대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불안 했으나 다행히 간호장교가 능숙한 솜씨로 한방에 찔러넣어 줬다.

의무대에서 잠깐 맞았을 때는 몰랐는데 링거를 꼽고 생활하니 씻는 것은 물론 핸드폰 하는 것도 불편했다. 야간에 당직근무자들이 순찰을 하면서 간부입원실까지 오지는 않았지만 6시 반만 되면 칼같이 깨워서 늦게 잘 수 없었다. 그렇게 꼬박 3일을 거의 안 움직이고 티브이 보거나 핸드폰을 하면서 지냈다. 


처음에는 그래도 훈련도 안 받고 몸도 편하니 좋다고 생각했는데 며칠을 그러고 있으니 좀 답답했다. 그래도 나는 핸드폰이라도 있고 TV도 혼자서 보는데 여러 명이서 TV 하나를 보는 병사들은 얼마나 따분할까 생각했다. 게다가 군 병원은 외출과 흡연을 금지하기 때문에 더 답답했을 것이다.  


그렇게 열흘 정도 입실하고 퇴원을 했다. 군의관이 웃으면서 자대에 가기 싫으면 더 있어도 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눈치가 보여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입대하고 그렇게 쉬어본 적이 없어서 군생활 중에 있었던 좋은 기억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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