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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Mar 25. 2019

군대에 구타는 아직 남아있을까?

군대 이야기

아버지 세대에서 군대는 흔히 '맞고 욕먹고 벌 받는' 곳이었다. 

지나 보면 무용담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인권에 대해 그리 관심이 없던 시절이라고 하지만 마음 약한 사람은 쉽게 견디지 못할 곳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점차 인권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많아지자 군대에서도 폭언 욕설 구타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미 뿌리 깊게 정착한 이 악습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 곳곳에 이런 것들이 잔재하고 있었다. 내가 입대할 때 역시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음지에는 그런 행위들이 행해지고 있었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들로 병사들을 징계하기도 했다. 그래도 예전처럼 알고도 모르는 척 넘기지는 않았다. 그렇게 군대는 바뀐 듯 안 바뀐 듯 애매한 형태로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나고 그동안 쌓여왔던 게 폭발하면서 병영문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 사건은 바로 윤일병 사건이다. 

2014년 4월 7일 윤일병이 선임병들에게 장기간 지속된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사실 윤일병 사건을 여론에 처음 접했을 때는 이미 다 끝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여론에 이슈화 되기 몇 달 전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한 사고사례와 징계 결과까지 배포되었었다. 하지만 그 사건은 애초에 그렇게 조용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고 결국 큰 파장이 일어났다. 군대에서 일어난 일을 넘어서 애초에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그 사건 후로도 여러 가지 사건들이 연달아 나왔고 군대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국방부도 이제는 군대 악습들을 끊기 위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가정이 무너지고 학교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면서 일어나는 개인의 인성문제라고 치부하기엔 그동안 군대에서도 이러한 것들을 막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안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은폐하고 조작한다는 인식도 강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는 확실히 변해가는 게 느껴졌다. 야전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병사들의 인식이 변해 마음의 편지나 국방 헬프콜의 사용빈도도 높아졌다. 현재 현역 복무 중인 병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선임들이 약간의 빌미만 제공해도 마음의 편지에 적히는 일이 많아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부대에서도 문제 있는 병사들을 안고 가기보다는 현역 부적합 처리를 권장했다.


간부들의 문화도 바뀌기 시작했다. 간부들 사이에 빈번하게 일어나던 폭언 욕설도 마냥 묵인되지 않았다. 가끔 윤일병 사건 당시 야전에 없었던 간부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모르고 예전처럼 행동하다가 징계받는 것도 많이 봤다. 


복지적인 면도 많이 변했다. 동기 제도 변경, 동기 생활과 사용, 휴대전화 사용허가, 외부 음식 허용, 위수지역 폐지, 평일 외출 허가 등등 안 된다고만 했던 것들을 이제는 되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부작용도 생기고 또 다른 형태의 부조리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아직 암암리에 구타 행위가 행해지고 묵인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그들의 희생하는 것에 대해 보상은커녕 희생할 여건도 마련해주지 않아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군대의 잘못 끼워진 단추를 조금씩 고쳐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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