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이야기
아직도 군대에서는 폭언 욕설이 난무하는 곳으로 생각되고 있다.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필자가 느낀 바로는 그런 폭언 욕설 문화는 많이 사라진 편이다. 사실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하는 욕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친구들끼리 하는 욕과 윗사람한테 듣는 욕은 다른 문제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도 힘으로 계급이 나누어져 센 친구가 약한 친구에게 하는 폭언 욕설은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아직도 병사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폭언 욕설을 행해지고 있지만 욕설 한 번했다고 징계받는 일도 허다해서 병사들도 괜히 욕 한번 했다고 휴가 잘리기는 싫어서 많이 사리는 편이다. 가끔은 이를 악용해서 혼잣말로(감탄사 식으로 하는 욕설 같은 것들) 욕설을 했다며 찌르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부대에서는 이러한 폭언 욕설을 근절하여 선진병영문화를 정착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칭찬받는 양파와 욕먹는 양파'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두 가지 양파를 같은 조건에서 기르며 한 양파에게는 칭찬만 하고 한 양파에게는 욕설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보면 칭찬받은 양파는 무럭무럭 자라는 반면 욕먹은 양파는 시들시들하거나 썩어서 죽기도 한다고 한다.
정신교육 시간에 교육 자료로 나온 그것을 본 대대장님이 병사들에게 이런 '말의 힘'을 실제로 느끼게 하여 군내에서 폭언 욕설을 줄여보고자 하였다.
대대장은 결산 시간에 행보관에게 '생활관별로 나눠줄 양파를 구입해달라'라고 요청하였고 다음날 행보관은 컵에 양파를 반쯤 담가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각 생활관 별로 나누어 주면서 병사들에게 이 실험을 하는 방법과 그 취지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병사들은 떨떠름한데 일단 하라니까 한다는 표정으로 생활관에 들고 갔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그 실험을 하고 초기에 당직을 많이 바꿔줘서 자주 섰었는데 당직 때마다 생활관에 돌아다니면서 그 실험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었다. 그리고 당직을 몰아선 탓에 오랜만에 당직을 서게 된 날이었다. 저녁 점호를 하면서 생활관을 돌아다니는데 생활관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양파들을 보고 문득 생각났다. 생활관 전부를 돌아다니면서 양파의 성장 상태를 확인했는데 정말 놀라운 실험 결과를 보게 됐다.
그 실험의 중요한 조건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물을 갈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물을 갈지 않은 채 방치했고 지시를 했던 대대장님도 까먹고 있었는 듯 전혀 관리가 안 됐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의 양파들이 썩었는데 살아남은 양파들의 대부분이 '욕먹은 양파'들이었다.
심지어 어떤 것은 아주 잘 자라나고 있었다.
그래서 이를 보고 한 마디 했다.
"역시 욕을 먹으면서 성장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