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타임즈 김용배 에세이]
소통 전성시대입니다. 서점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수많은 책을 살 수 있습니다. 독서가 힘들다면 유튜브에서 소통을 검색하면 됩니다.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소통을 배울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좋은 환경만큼 실제로도 원활하게 소통하는 사회일까요?
채용사이트 사람인에서는 2019년 379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스트레스'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일과 사람 중 어느 것이 더 힘든가였습니다. 무엇이 더 힘들까요?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응답자의 81%는 일과 사람 중 퇴사에 더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혼자 속으로만 참는다(42.2%), 이직이나 퇴사를 준비한다(35.5%)고 답했습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대부분 참거나, 이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갈등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입니다. 예정된 수순입니다. 그러니 참거나 피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하지만 적극 해결하기도 긁어 부스럼이 될까 두렵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하게 됩니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갈등의 여러 원인 중 하나를 근본적 귀속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로 꼽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도 어떠한 일에 대하여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나는 더운데 다른 사람이 추워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약속 시각 보다 늦는 것에 대해 관대한 편입니다. 상대가 약속시각보다 10~20분 정도 늦어도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친한 친구와 만남에서 약속 시각보다 10분 늦었습니다. 그때 친구가 왜 이렇게 늦었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속으로 '아니 10분 정도 늦을 수 있지, 우리 사이에 저렇게 화를 낼 일인가?' 하고 섭섭해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하루를 1분 단위로 계획해서 사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러니 화가 날 수밖에 없죠. 시간 개념을 제 입장에서 이해한 것입니다. 분명한 실수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상대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만 원짜리 지폐를 여러 장 펼쳐놓고 보면 다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만들어진 시기와 보관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치관과 성장 환경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두 번째는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전에는 '어휴~ 저 사람은 이상해, 말이 안 통해' 하고 피했다면, 이제는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할까?' 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입장에서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차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로를 오해하지 않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질문해야 합니다. 복잡한 계약을 다루는 변호사는 별도 조항을 만들어 중요 개념을 정의합니다. 단어 하나를 다르게 해석했을 때 계약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대화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회의라면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은 ~이런 내용인데 맞습니까?" 라고 중간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잘 이해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인식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생각을 오해 없이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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