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오랜만에 제주에 왔다.
늘 연례행사처럼 연말에 와서 그런지 익숙하면서도 왠지 새롭다.
오랜만에 온 플레이스 캠프 제주는 몇 해 전 운영업체가 바뀌었고, 그래서 매년 조금씩 변화가 있어 왔다.
그래서 익숙한 듯 새로운 것 같긴 한데 어쨌거나 늘 겨울에 와서 그런지 동네 풍경은 늘 같아서 좋다.
플레이스 캠프를 찾는 이유는
혼자 여행하기에는 호텔은 너무 부담스럽고
가격대비 숙박을 찾자니 모텔급이고
그렇다고 게스트하우스나 민박을 하기에는 공용 공간이 있는 것도 싫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 늘 예약하는 곳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굳이 멀리 나서지 않아도 광치기 해변이 있어 가볍게 바다 산책을 할 수 있다.
처음 광치기 해변을 찾았을 때 주변 풍광에 황홀했다.
바다가 보이고 그 곁에 성산 일출봉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닷길을 따라 걷다 4.3 유적지를 보게 됐고,
더 걷다가 지금은 폐교가 된 서북청년단 근거지가 보였다.
누군가 그랬다.
제주도의 풍경 좋은 대부분의 관광명소는 4.3의 장소라고
그 후 광치기 해변의 풍경이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게 됐다.
그날의 긴장감, 불안, 공포, 비명, 울음이 한 데 섞여 바다 모래를 내딛을 때마다 울컥이는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래서 매년 이곳 제주에 올 때면 4.3 유적지에 묵념을 한다.
세 번째 이유는 이번에 처음 갖게 됐는데
근처 성산보건지소에 건강증진센터가 생겼다.
운영시간이 살짝 아쉽지만 늦은 아침에 운동하고 이른 점심식사 후 일정 진행하기 좋았다.
공공기관이라 주말이나 공휴일은 운영하지 않고, 운영시간은 9시에서 18시까지라 조금 아쉽다.
마지막 네 번째는 성산일출도서관이 가까운 곳에 있다.
몇 해 전 연말에 제주에 왔는데 날은 춥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고
그러나 제주에 왔는데 뭔가는 해야겠고, 근데 난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렇다고 숙소에 누워있자니 숙소 청소하는 소리가 요란해서 불안하고
그러다가 찾게 된 게 도서관이다.
5권의 책을 대여해서 하루에 한 권씩 독파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던 게
책을 읽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바다의 풍경과 성산 일출봉은 내게 판타지를 선사했다.
이런 몇가지 이유로 난 매년 이곳 제주 성산을 찾고 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의지가 피어오를 때 어디든 찾아 나설 수 있는 관광지가 가까이 있어서 매년 겨울이 되면 성산을 떠올린다.
매년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며 내가 버틴 것처럼 이 식당들도 잘 버텨냇구나 싶어 왠지 모를 동지애를 느끼기도 한다.
내년에는 난 또 이곳에서 어떤 감정으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