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소원은요?
해가 바뀌는 게 뭐가 그리 큰 일가 싶지만 무심하게 보내고 싶진 않아서 산방굴사에 다녀왔다.
며칠 전 국립제주박물관에를 다녀왔는데 옛날 어느 선비가 제주 10경을 꼽았는데 그중 하나가 산방굴사였다.
오랜만에 등산을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계단으로 정비가 되어 있었고, 20분-15분 정도 오르니 산방굴사가 나왔다.
그렇게 열심히 오르고 보니 보살님들이 떡과 떡국을 나누고 있었다.
절에서 나누는 건지 아님 보살님들이 자발적으로 나누는지 잘 모르겠지만 새해 첫날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으로 추운 몸을 녹였다.
나와는 다른 종교이지만 사람이 모이고 마음이 모이는 곳은 늘 사람이 있고 끼니를 채우게 되는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명예 소원을 비는 곳이 있어 잠시 머물렀다.
앞서 걷는 어르신이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에 곁에서 같이 기도했다.
그냥 마음이 그랬다. 멀리 보이는 큰 바위와 바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기원했다.
새해 첫날의 기도가 나의 명예와 가족의 안녕이지만 개인의 삶이란 게 늘 이렇게나 작고 소박한 거라 위안 삼으며 산을 내려왔다.
바로 앞이 바다라 그런지 바닷바람이 너무 강해서 카카오 택시로 산방 탄산온천에 갔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새해 몸을 깨끗하게 하고도 싶고, 날이 추워 몸을 녹이고도 싶었다.
그렇다고 시간을 넉넉히 보내고 싶진 않았던 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후다닥 하고 나왔다.
노천탕을 즐기기에는 바람은 너무 차가웠고, 난 이미 장년층이라 몸도 마음도 앞서지 않았다.
몇 해 전 한 번 다녀왔던 오설록 박물관에 다녀왔다.
박물이라긴 보단 홍보관이 더 정확한 명칭 같았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상품 판매 존이 더 넓어졌고, 방문객은 더 더 많아졌다.
제주도도 세부나 발리처럼 나라명보다는 섬이름이 더 유명한 관광지가 된 것 같다.
며칠 전 하나로 마트를 가려고 성산일출봉 정류장에 후다닥 내린 적이 있는데, 웅성이는 소리는 들리는데 잘 못 알아듣겠어서 가까이서 들어보니
중국말이었다. 중국인 20여 명이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와 숙소로 가려고 버스를 기다는 던 중이었다.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는 억양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나라 말이라 듣는데 어려움은 없는데 중국어는 외국어라 성조의 억양이 강해 듣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오설록에서 폭풍 쇼핑을 하고 30분 만에 한 번 오는 버스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제주도 온 후로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깬 이유를 알았다. 버스에서 잠을 오래 자주 자게 되니 새벽에 눈이 일찍 떠지는 것이었다.
수면의 총시간량이 그러고 보니 맞아떨어진다.
추운 날 떨면서 버스를 기다려서 그런가 허기짐이 차올랐다.
처음 생각은 가볍게 삶은 계란에 단백질 파우더를 저녁으로 먹을 생각이었는데 보상심리였던 것 같다.
치맥을 먹고 나니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 편의점으로 달려가 왕뚜껑 김치를 들이켜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
내일이면 서울행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이번 여행 같은 여유까지 12개월의 시간을 잘 버터내야겠지만
여러 계절을 잘 보내고 만족스러운 감정상태로 이곳 제주에 다시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