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제는 3녀 1남이다.
심지어 큰언니와 나는 생일이 같다.
어릴 적에는 케이크를 두 개 사거나 혹은 하나를 사서 촛불을 두 번 껐던 기억이 있다.
큰언니가 결혼을 하면서 케이크 불을 두 번 끄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생일을 섬세하게 챙기진 않았다.
내가 경제 활동을 시작하고 나이가 들면서 언니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거나 케이크를 사서 언니 집으로 가서 촛불을 끄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5만 원 내외의 선물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형제 간이 돈독해서 자주 연락을 하거나 다른 집들처럼 적금을 같이 한다거나 정기적으로 여행을 다니진 않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병원에 입원하시거나 생신이 있을 때면 각자 갹출하는 건 큰 무리가 없다.
다들 가정이 있고, 자녀들이 한창 크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큰 무리 없는 선에서 알람을 울리는데
그럴 때면 십시일반 되어 반갑기도 하다. 아무리 형제 간이라지만 각자의 생활이 있고, 빈부의 격차가 존재해서 뭐든 조심스럽긴 하다.
최근 큰언니가 이사를 결심했다. 거의 20년 만에 주거지 이전이다.
지금 사는 집은 25평인데, 이제 서른이 된 조카가 초3 때 이사 와서 동생을 만난 집이다.
20여 년을 보내며 회환도 고민도 기쁨도 환희도 있었지만 장성한 자녀들과 살기엔 25평 아파트는 너무 좁았다.
좋은 기회가 돼서 이사하게 된 곳은 55평 아파트에 방이 4개이다.
이사가 확정되기까지 수 없이 타로카드를 뒤집고 뒤집고 또 뒤집고
아침에도 주말에도 같은 질문을 받아 왔던 내게 이사 결정은 환호를 불어 낼 만한 일이었다.
몇 년 전 둘째 언니와 동생이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큰언니 눈치가 보인 것도 사실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기대하고 고대했던 순간인 만큼 언니는 주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아직 계약금만 건넸고 계약서를 쓰지 않은 데다 담주에 마지막으로 이사 갈 집 점검을 간다고 했다.
언니가 알려 준 아파트 도면을 살펴보며 내가 살 집도 아닌데도 마냥 좋았다.
앞으로 이사 갈 집에서 언니의 노후와 조카들의 성인기가 시작될 것이다.
인생의 2막이 시작될 공간에서는 좋은 일들만 일어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