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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Sep 06. 2018

그래, 이것으로 소원이 이루어졌어!

제주살이 이틀

제주에 살러 오고 싶었다.



제주살이를 결심했던 4월의 계획은

올 9월 부터 1년 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반대했다.

첫째는 안가면 더 좋지만 꼭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갈 수도 있다고 했다.

막내는 처음 부터 반가워 했다.

둘째의 반대가 심했다.

그냥 여행하면 됐지, 꼭 이사까지 해야하는 거냐며

친구들한테 창피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었다.

( 남편은 뭐라 했냐고? 남편의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내키면 하겠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는 정도로 접어 두겠다. )



어찌어찌 우여곡절을 넘어

내가 제주에 짐을 풀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까마득하다.



제주에 가기 싫은 아이들의 마음과,

계속 집에서 살면 어떤 점이 좋은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는 이야기였다.

내가 제주에 살고 싶은 마음이나

아이가 하고 싶었던 일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나

똑 같은 것이지...

 

내 입장에서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은  

오로지 내 입장일 뿐.

아이들의 의견을

부모의 힘으로 제압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계획이 계속 바뀌고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이

모호한 상태로 몇 달이 지났다.


그사이

비폭력대화의 갈등과 중재를 공부하러가서

나의 갈등 대처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고

멘붕이 왔고,

내 친구가 유명을 달리했고,

사는게 뭔지 자꾸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러는 가운데 방학이 되었고,

(방학말이다!!)

아이들의 미진한 지난 학기 공부가 결합되며

상황이 아주 복잡해졌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과

부모로서 아이들을 훈육하는 것


자유, 존중, 신뢰, 통제,

부모 역할의 범위를 넘어

내 존재의 이유까지 이슈가 확대 되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아이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왜냐고?

내 감정 조절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 안의 갈등이 계속 되는 것도 죽을 지경인데

끊임 없이 들어 오는 외부의 자극!


폭발의 대참사를 막고 있기에도

힘에 부쳤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을 에너지는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화가 나는 것도 감정의 일부분이고

그 것도 역동의 한 부분일테지만,,,


나는 화산이 폭발하고 난 뒤에

피해 복구가 되지 않을까봐 두려웠다.

너무 엉망이 되어 피해 복구하다가 할머니가 될 것 같아 화산 폭발을 막는 것에 힘을 쏟았다.


어쩌면 아이들의 생존 능력을

의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보니 어떤 상황에도 살아남을 녀석들이구만!


그것보다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었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다.





넋두리가 너무 길어졌다.


그 뜨거운 여름을 호되게 앓으면서

부모와 아이의 자율과 통제에 대한 범위를 정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


그래서 남편과 집을 알아보러 왔는데

내가 바라고 있던 것 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내가 제주살이에 바라고 있던 조건들이

다 충족되는 최고로 좋은 집을

닷 새 후부터 쓸 수 있어서 바로 계약을 했고

일주일만에 이사 준비와 집안 정리를 마쳤다.

아이들에게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기차게 딱 들어 맞는 감사한 상황이라는 거.


맨 위 사진은 제주집 거실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이라는 거.

.

.

.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그 책에 나오는 말

"그래, 이것으로 소원이 이루졌어!"

그것에 딱 들어 맞는 상황인 것 같다고,,,


우주에 주문을 넣는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소원이 이루어 지는 과정이려니 믿는 마음으로 모든 여정을 감사히 받아들인다.



자꾸만 미리 계획하여

나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기를 바라는 나.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욕심을 내려 놓자.

두려움을 떨치고

맞닥뜨린 상황의 급류를 타고 반응하며

(생각이 아니라 내 단전의 울림에 반응할 것!)

애쓰지 않고 편하고 자연스럽게 모험을 즐기자는

나의 노력과도 맞닿은 경험.




5개월의 지난한 과정이

참 싱겁게 정리 되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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