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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Sep 07. 2018

제주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제주살이 사흘


아이들이 등교를 시작하니

비로소 제주의 일상이 시작된 것 같다.


어제까지 전입신고에 전학신고에 바빴다.

교복사러 시내에 나가고

이것저것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러 마트에 들락거리느라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드디어 오늘 아침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나니

이제야 한 숨 돌린다.


애들이 돌아오기 전에 무얼할까 하다가

아직 짐도 다 못 푼 안방문을 닫아버리고

일단 밖으로 나왔다.


집 근처 포구도 가보고

동네를 어슬렁 구경해도 별 재미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함덕 바다로 출발~


애들과 여러번 와서 익숙한 함덕이지만

나름 함덕 서우봉의 랜드마크인

카페 델문도를 한번도 못 가봤다.


바닷가 모래밭 땡볕에서 긴팔 수영복 입고

강력한 햇볕에 인상 찡그리며

애들 노는거 지켜보느라 지쳤을 때

저 카페에 가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 소원이 없겠다고

늘 바라보기만 하던 곳이었다.


나의 제주 버킷 리스트 중 하나

델문도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시며 바다구경!


드디어 와 보는구나!


커피를 주문하고 테라스로 나왔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들어간 카페는,,,

뭐 그저 그랬다.


가져간 제주 여행책도 뒤적여 보고

바다도 보고

분위기를 내보려해도

생각만큼 신바람나지 않네.



정리가 덜 된 안방이 피로 인형처럼

등 뒤에 들러 붙어있기도 했고

새학교 첫 등교한 아이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하교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불안한 마음에 자꾸 시간을 확인하느라

김이 새기도 했으리라…


그래도 한껏 밝은 얼굴로 셀카도 찍고

단체 카톡방에 이사 소식을 전하며

제주바다 염장샷을 날리는 것으로

불만이 좀 해소 되는 듯

ㅋㅋㅋ

이건 뭔 심보래~~


결국

하교시간 전에 집으로 돌아와

아침 먹은 설거지 하고

쌀 씻고 저녁 식사 준비하고

애들 데리러 갔다.


나의 첫 데이트가 싱겁게 끝났다.




먼저 하교한 1학년과 학교 운동장에서

5학년 형아 기다리기.


아이들을 만나니 이제서야 생기가 돈다.


오늘 첫 등교는 어땠는지

친구들은 어땠는지

준비물은 뭔지

시시콜콜 물어보았다.


감사하게도 두 아이 모두

학교도, 친구도, 선생님도, 급식도

아주아주 좋단다!

휴~ 다행이다~ ^^



새로운 반에서 필요한 준비물도 사고

이번엔 중학생 아들을 기다린다.


중학교 1학년 큰 아이도 학교가 마음에 든단다.

등교길에 오르막이 없고,

훨씬 가깝고,

실내화를 신지 않아도 되어서 좋단다.

게다가

오늘 체육시간에 축구를 했는데

자기가 한 골 넣었다고 기분 좋아하는 아이.


고맙다 아들아!!

ㅎㅎㅎ


조천 중학교 길 건너편에 있는 덕인당.

아까 제주 여행책에서 맛집으로 소개 했던 곳이다!


아이를 기다리며 보리빵과 쑥빵을 샀다.

팥소가 달지 않아 은근한 맛이다.

가끔 간식으로 준비해 주기에 안성맞춤이네~ ^^


아이들이 모두

기분 좋게 학교생활을 시작한 듯 하여

나도 편안하다.

제일 큰 산을 넘었다!




아이들과 저녁 먹고

조천 도서관으로 남은 숙제하러 간다.

'도서 대출증 만들고 책 빌려오기'


일주일간 읽을 책도 쟁여 놓고 나니 든든하다.


이제 진짜 숙제 끝이다!


.

.

도서관에서 만난 반가운 책소개.

비폭력대화 이윤정 선생님의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

점자 책을 발견했다!!


오 놀라워라!

이 기쁜 소식을 이윤정 선생님께 전해드려야지~ ^^


감사함이 가득한 하루~

제주집의 둥지가 점점 안락해지고 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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