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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Sep 16. 2018

집들이

제주살이 열이틀

근처에 선배 부부가 산다


뜬금없이 제주에 사는데

이것저것 챙겨주니

언니 오빠가 든든하고 고맙다.



새집에 이사왔으니 집들이를 한다.

아이들끼리도 인사하고

어른들도 오래간만에 이야기 나눌 겸 초대했다.


우리 큰애랑, 그집 둘째랑 같은 학교에 다닌다.

처음엔 좀 데면데면 하더니

어느새 둘이서 방으로 들어가는 중학교 1학년들.


식사는 편하게 배달음식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한 어수선함.


맛있게 잘먹고, 잘 놀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마당에서 고기 구워준다고 다음주에 놀러 오란다.

ㅎㅎ



선배 부부의 제주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니는 올해부터 근처 중산간에 귤농사를 짓기 시작했단다. 트럭 운전도 한다고 웃는다.

선이 곱고, 체구도 작은 언니가 귤농사를

짓는대서 놀랐다.

유기농 기능사 필기시험을 만점 받았다 하니

착실히 공부하던 가락이 어데 가진 않는갑다.


재무설계일을 오래 한 오빠는

유리창 닦는 '윈도우맨' 사업을 하고 있단다.

머리쓰는 일 안하니 세상 편하고 좋다고

호탕하게 웃는다.

서울서 일할 땐 너무 바빠서

가족들과 식사하는 일이 드물었는데,

제주에 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니 좋단다.




나도

몸으로 살려고 제주에 왔다.


제주에 오고 난 후에 꿈을 더 많이 꾼다.

꿈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변화하려고 용쓰는구나!' 하는 인상만 기억난다.

비슷한 인상의 꿈을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일주일새 세 번이나 꾸었다.



내 무의식이 꿈틀대는 곳.

야성과 신화의 땅 제주.


머리와 가슴에 편중된 일상을 너무 오래 살았다.

몸을 깨우고

무의식과 단전의 소리를 잘 듣고싶다.


뭘 어찌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하니


그저

머리로 계획하고 생각하는 일을 덜하고

몸을 더 움직이고

군것질을 줄이고

자연과 만나는 시간을 늘리고

텔레비전, 인터넷 등의 외부 자극을 줄이고


일상을 단순하고 규칙적으로 살고있다.




일상이 조용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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