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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Oct 02. 2018

나 왜 이렇게 못 쉬는거니?

제주살이 스무여드레

월요일 아침.

아이들 학교 데려다 주고

오름에 가려고

채비를 하고 나섰다.


오름에 가기는 피곤한 육신.

삼양 검은 모래 해변으로 차를 돌린다.


바람이 정말 무섭게 분다.

잠깐 바다 구경하는 사이에 검은 모래 바람이

쉴 새 없이 휘몰아치니

얼굴에 까만 모래 투성이다.


까만 모래는 정말 낯설다.

볼 때마다 신기하다.


차 안에서 바다를 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요란한 꿈까지 꿀 정도로 깊은 잠이 들었다.

엄청 피곤했나보다.

(그럼 그 길로 집에가서 쉬면 될 것을,, )


파도 치고 바람 부는 해변에 차를 오래 세웠더니

차 유리창이 우유를 스프레이 한 것 처럼 뿌옇다.


'해수 사우나'와 '셀프 세차장' 사이에 고민하다가

유리창이 너무 답답해서

세차장으로.


깨끗한 차를 얻고,

오른 팔을 잃었다,,,


집에 오니 배도 고프고 피곤하다.

하교시간에 농구공 가지고 학교로 데리러 가기로 약속 했으니,,,

후딱 감자를 구워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로 간다.


학교에서 애들 운동과 놀이가 끝나길 기다린다.

오늘 따라 읽을 책도 가져오지 않아서

기다리기 지루하다.

( 애들은 집에 걸어 오라고 하고 집에 와서 쉴 걸,,,)


바람부는 운동장에 앉아 있기 힘들어서

근처에 있다는 작은 도서관을 찾아 나선다.


어머!

이런 곳이 있었네,,

여기가 닭머르 해안길 이구나!!!


초등 5학년 아들이 소풍 갔다 오는 길에 닭머르에서 단체로 쓰레기 줍기 하고 왔다더니.

아이들 덕분에 엄마가 깨끗한 해변을 볼 수 있게 되었네. 고맙다 애들아~



멀리 섭지코지 갈 필요 없겠구먼.

억새가 한창이다.

바람이 불어 더 멋있다!


찾아간 도서관은 문이 닫혀있었다.

월요일이라 휴관인가보다.

중학생 아들이 작은 도서관 청소 봉사 하러 간다고 했으니 운영은 되고 있겠지.


저 '새마을'대신 '닭머르'로 바꾸면 좋겠구먼.

나는 새마을 보다 옛날 마을 보고 싶어서 왔는데.,

언제적 새마을이야.,,,,




도서관 찾아 나선 길도 이렇게 절경이니

정말 어메이징한 제주!

.

.

.

하루 종일 피곤했는데

쉬지 않고 무리한 결과는


저녁 준비 못 하고 족발 시켜 먹음.

식탁 치울 기운도 없어서 애들한테 부탁했는데

둘째, 셋째는 미꾸라지 처럼 빠져나가고

큰 아들이 정리해 준다.


큰 아들은 요즘 아마추어에서 프로 주부로 전향 중.


어미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잠들기 직전에

사진으로 남긴다.


저녁 먹자마자 8시도 되기 전에 곯아 떨어짐.

빨래를 하루 걸렀더니 엄청 많았는데

큰 아들이 빨래도 널어 놓았네.

프로 주부 인정!!




어제는 남편더러 쉬라고 했는데

오늘은 그 말을 나한테 해야겠다.




그냥 쉬어도 괜찮아.

몸과 마음을 잘 돌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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