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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Oct 03. 2018

제주 탐험 - 조천 포구, 남생이 못, 닭머르 해안

제주살이 서른날

어제 일찍 잠들었더니

오늘 일찍 일어났다.


새벽에 포구로 배가 들어온다기에

일찍 깬 막내와 포구로 나간다.


새벽 6시 쯤 도착했는데

이미 고기가 다 팔리고 파장 이란다.

더 일찍 와야 한단다.


그냥 가기 서운해서

남은 고기가 있는지 물었더니

삼치를 가져가란다.


커다란 삼치 4마리 만원에 샀다.

너무 물컹하고 푸석해서

삼치를 그닥 즐겨먹지는 않지만

기왕 왔는데 빈손으로 가기 아쉬워서 사왔다.


생선을 사고 나니

동이 트기 시작한다.


부지런히 집 앞 대섬으로 일출을 보러 간다.


오 놀라워라!

쏘어메이징판타스틱언빌리버블킹왕짱쓰고이데스!!

하,, 역시 아침부터 은혜로운 제주.


일출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삼치 네마리와 마주한다.

사오긴 했는데 이걸 어쩌나,,,

저 큰 걸 네 마리나.


일단 구이용 두 마리, 조림용 두 마리로 손질한다.

괜히 사왔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아침으로 삼치를 구웠다.


그런데

나는 여지껏 삼치를 헛 먹었던 게다!

삼치를 건네주며

"그냥 썰어 먹어도 되요."

하시던 아저씨 말씀을 이제야 알았다.


몇 시간 전에 잡은 횟감용 삼치는 이런 맛이구나!

부드럽고 담백함이 기가막히다.

만날 뼈 없이 손질해서 냉동 진공포장해 놓은 것만

먹어본 육지 촌년이

포구에서 사온 갓 잡은 생선 맛에 눈이 번쩍!!

하.하.하.


그나마도 삼치 구이를 자주 먹어보지 못한

우리 육지 촌놈 삼형제는

비포 에프터를 모르니

삼치 맛에 심드렁하다.


공휴일에 너무 이른 아침을 차려주기도 했지.

ㅋㅋㅋ

자다 깨서 먹으니 뭔 맛인지나 알겠냐고,,,


그렇게 요란 법석 아침이 지나가고



오후가 되었다.

어제 힘들어 하던 둘째의 몸살도 자고 일어나니

괜찮다 한다.


집에서 티비만 보기엔 날씨가 너무 아까워서

아이들을 채근해 밖으로 나간다.


남생이 못.

연못에는 처음보는 작고 노란 어리연이 가득이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바람도 없고, 구름도 없다.

큰 아들은 학교 숙제할 겸, 게임할 겸

일찌감치 버스 타고 피씨방에 갔다.

( 이 동네는 피씨방 청정지역 이므로 )


초등생들과 동네 마실.



각자 읽을 책을 챙겨나와 카페에서 책 읽기.

편안하고 한가롭다.


이구석 저구석 잘 돌아 다니는 큰 녀석이 가보라고

추천해준 <헬로! 남생이> 카페.


실제 연못보다 카페에서 보는 남생이 못이

더 이뻐보이는 신기한 카페.



남생이 못에서 바닷가 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닭머르가 나타난다.


제주 올레길 18코스를 걷다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길이가 짧아서 아쉽지만 아주 아름다운 길이다.

섭지코지 부럽지 않은 풍경.


한라산이 보인다.

오늘 한라산에 간 사람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부럽다!!!


마음은 백록담으로 달려가는데,

며칠째 오금이 당겨서 다리가 뻣뻣한 슬픈 현실.



욕심 내지 말고 쉬엄쉬엄 천천히 놀자.

이제 몸 생각하며 놀 나이니까,,,



저녁 반찬은 삼치 조림.

저녁 먹고 큰 아들이 묻는다.

" 어머니, 내일도 새벽에 포구에 나가실 건가요? "

아니다, 아들아.

내일은 안 갈거다.

ㅋㅋㅋ




저녁 일몰은 일출보다 더 붉은 하늘이었다.


게임 끝난 아드님 뫼시러 운전하는 중이라

사진은 못 찍었지만

아이들이 하늘에 불 났다고 할 정도였다.


오늘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촘촘하게 감동을 선물 받은 날.


은혜로운 제주 라이프.

오늘도 감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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