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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Oct 15. 2018

제주 탐험 - 알뜨르 비행장과 섯알오름

제주살이 마흔하루


다크투어리즘.


아이들과 모슬포에 있는 알뜨르 비행장에 다녀왔다.

제주 도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아트 프로젝트

< 다시, 알뜨르 >

개막식에 참석.


 제주 도립 미술과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소개되어있다.


[ 알뜨르비행장, 우리는 이 일제 잔재유물을 어두운 과거의 단면으로만 정의하는 대신 화합과 평화, 미래로 나아가는 시작으로 정의합니다.]
 

집에서 한 시간도 더 넘게 떨어진 남쪽 바다 끝까지 다녀온 이유는

(육지 살 땐 3시간씩 달려 동해바다를 보러가곤 했는데, 제주에 오니 1시간이 참 까마득하다.)


암튼,,,

머나먼 모슬포까지 다녀온 이유는

제주와 우리나라의 슬픈역사와 마주하기 위함이다.


은혜로운 제주 땅을 탐험할 때마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일제진지 동굴과

제주 4.3 유적지들.


지척에 너무나 많이 있다!


인적이 드문 외진 곳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제 진지 동굴.


내가 좋아하는 함덕 서우봉에도,

낙조로 유명한 제주 시내 사라봉에도 있다.

헬게이트 처럼 검은 입을 벌리고 있는 진지동굴들을 보면 오싹하고 몸서리가 쳐진다.



내가 가는 조천 도서관에도

4.3에 대한 책이 꽂혀있는 서가가 따로 있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몇 장만 들춰봐도 너무 두렵고, 마음이 아파서

차마 대출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에게는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던

제주 4.3.


오늘 개막식에서

알뜨르 비행장과 제주 4.3 섯알오름 학살터를

함께 돌아보며 설명해 주신다하니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하였다.


알뜨르 비행장 찾아가는 길.

정말 넓고 평평하다.


'알'은 아래, '뜨르'는 들판, 벌판을 뜻 하는 제주어.

워낙 넓은 들판이었던 곳이지만

이렇게까지 평평하지는 않았단다.


공항을 위한 평탄화 작업.

폭파하고, 돌을 나르는 어렵고 위험한일은

인근 주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시켰다 한다.


전쟁 준비를 위한 공항이었다.



비행장을 찾아가면 제일먼저 보이는

최평곤 작가의 작품 < 파랑새 >


전쟁의 수 많은 희생자들.

그 중에서도 제일 끝자락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힘 없는 어린 소녀가 파랑새와 마주하는 모습.


용서, 자연, 위로, 평화로운 미래를

이야기하는 듯 하다.




이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들판과 너무 대조적인

다크투어리즘.


아래 사진 왼편 위쪽에 비행기 격납고가 보인다.

행사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격납고를 둘러 볼 수 있다. 감사하게도 어린이 자전거도 준비해 주셨다.


남아있는 격납고에 조형작품들이 설치되어 있고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중학교 1학년 큰아들의

사랑과 평화를 기원하는 메세지.






미리 둘러보고

2시에 시작된 개막식.

여행스케치의 공연.

형제님들 표정이,,, 나라를 잃은 듯 하다.




드디어 시작된 도슨트

제주 4.3 연구소 조미영 이사님의 설명.

오늘도 선생님 뒤를 바짝 따라가며

열심히 경청하는 둘째.


올해가 제주 4.3  70주년 되는 해.

70년이 지났음에도 아픔은 생생하다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묵념으로 시작한다.


'오빠 생각'으로 기억 되는 플루트 연주를 들으며

묵념하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린다.


소요사태를 우려한 이승만 정부에서

학살된 시신을 찾아가지 못 하게 했단다.


6년 후에 수습한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어서

'백조일손'의 묘로

학살당한 음력 7월 7석에

유족들이 모여 한꺼번에 제를 올린다고 한다.




남제주 비행기 격납고

알뜨르 비행장 곳곳에,,,

감자밭과 고구마밭 사이에 남아있는 격납고.


가미가제로 알려져있는 자살 특공대

'제로센'을 위한

비행기를 숨겨 놓은 곳.



알뜨르 공항을 만드느라고

일제강점기에 대정 주민들의 땅이 몰수당했단다.

(근처에 움막을 짓고 온가족이 차출되어 일주일씩 열흘씩 아이들도 고된 노동을 해야했다니,,,)


노무현 정부때 돌려주마고 약속했는데

아직도 돌려 받지 못하고 있단다.


주민들의 희생을 밟고

누구의 무엇이 아직 현재 진행형 인걸까?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잘 해주셔서

나도 아이들도 제주의 아픈 역사를 알게 되었다.


제주 4.3 연구소 조미영 이사님께

감사드린다!!


 이렇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역사를 바로 알고

현재를 바라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개막식이 끝나고

근처에 있는 산방산 탄산온천으로 향한다.

온천 가는 길에 만난 산방산.

산방산을 가까이에서 보긴 처음인데

참 웅장하고 멋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잔혹한 역사로 아픈 마음을

자연의 선물인 온천으로 씻어낸다.


아이들은 찜질방에서 즐거운 간식타임.



유채꽃 심는 화분세트를 선물로 받아왔다.

아이들과 함께 심고 가꾸며

오늘을 이야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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