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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Oct 17. 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 잡으며 살기.

제주살이 마흔나흘 181017

오늘 아침

아이들에게 규칙적으로 하기로 한 일들을

하지 않는다고 생지랄을 했다.

( 실은 어제 아침에도 한바탕 퍼부었다 )


아이들에게

무조건적 수용의 단계를 넘어서,

이제는 힘들어도 정해진 일을 해내는

힘을 키워주려고 신경쓰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점점 풀어지는 아이들 보기가 걱정스러웠는데

이야기를 해도 할 일을 미루는 아이들을 보며

어제 오늘 화가 폭발한 것이다.


어제는 그저 내 기분이 좋지 않으니

애들한테 괜한 화풀이 했나 싶었는데...

오늘 또 똑같은 반복.



오늘

애들 학교 데려다 주고

바닷가에서 바다를 보고 있자니

불현듯 떠 오른다.



그것은 아이들에게만 해당 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나에게도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똑같이 연습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런데

내 허물은 보이지 않고 남의 허물은 잘 보여서

애들만 잡은 거다.

혹은

내가 그것이 잘 안되니

아이들의 모습에 더 화가 났을 수도 있다.

아마 둘 다 일거다.



어제도 애들 학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바다에 나가 하염 없이 바다를 보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해녀 할머니들이 줄지어 지나가신다.

젊은 분은 하나도 없고

진짜 70대는 되어 보이는 할머니들.


깜짝 놀라서 넋 놓고 쳐다보는 사이에,,,

찬바람 부는 해변을 지나

울퉁불퉁한 갯바위를 넘어

어느새 바다로 풍덩풍덩 뛰어드신다.

그러더니 물질을 시작하시는데

쉬지도 않고 계속 들락날락 하신다.

바라보는 나는

추워서 차안에 앉아 있는데 말이다.

헐,,,


그것을 보며

아,,, 그저 해야할 일을 하는 거구나.

기분 나쁘다고, 기분 좋다고 하는 일이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일을 하는 거구나!!


그렇게 깨달아 놓구선!!!

(이래서 머리의 깨달음은 그럴싸해 보여도

직접 행동하는 것의 힘에는 발 끝도 못 따라간다)

오늘 아침 또 애들을 잡은 거다.

나는 피곤하다고 설거지도 빨래도

미뤄 놓고는 말이다.


실체도 없는 감정에 끄달려서

괜히 내 생활만 무너지고 엉망이 되었다.


나이는 마흔 중반인 여자가

아직도 엄마 타령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엄마가 이렇게 해 줬어야지!'투정하는

다섯살 꼬마구나.

엄마가 휘두른 것이 아니라

내가 자청해서 엄마에게 칼 자루를 쥐어주었구나!


오늘 아침 내 행동을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중심을 딱 잡고

해야할 일들을 하는 '어른'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부터는

내가 중심을 잡고 정신을 차려서

밀린 집안일들을 하고

아이들이 해야할 것들을 체크하니

무리없이 진행된다.

( 참,,, 역동의 힘이란,,,)


엄마와의 갈등이 발단이 되었지만

어쨋든

마음이 복잡할 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잡고 살기 >

훈련을 한 셈이다.


또 흔들리고 무너지겠지만

그때마다 또 중심잡으며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아이들만 스승인줄 알았더니

엄마도 나의 성장을 도와주시는 스승님 이구먼.






오늘 오후

중학교 1학년 큰 아들 공개수업 참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아들이 참 고맙다.

불량식품도 먹고, 책도 읽으며

두 시간이나 함께해준 막내에게도 감사.




성장에 필요한 필수 아이템 하나 장착했으니

만렙을 향해 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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