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 달 살기 - 열나흘 째

또 다른 시작의 날.

by 정희라

제주 한 달 살기. 정확히는 26일 일정으로 왔으니 절반이 지났고 오늘부터는 또 다른 한 달 살기가 시작된 기분이다.


요 며칠 비바람이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며 일상을 살았는데, 드디어 오늘 아침!

기다리던 쨍한 하늘을 보니 제주에서의 한 순간도 놓치기 싫어 마음이 설렌다.






오늘은 승마 레슨이 끝난 후 말 똥 치우기. ㅋㅋㅋ

선생님의 지휘 하에 숨어있는 말똥도 찾아내서 조심조심 미션 클리어.


목장 체험 가서 송아지 우유주기는 해 봤어도 말 똥 치우기는 처음이다. 제주에 오니 별난 경험을 다 하게 되네.

말을 타기만 하지 않고 돌보아 주는 일도 말과 친해지는 과정이겠지.


말 똥 치우는 모습이 대견하고 멋져 보이는 거 보니 내가 고슴도치 엄마 맞나 보다.ㅎㅎ




시내에 나가 아이들의 길어진 머리를 깔끔하게 자르고 (아웅... 내 머리는 어디서 자르지?) 해안 도로 드라이브 중에 만난 이호테우 해변. 일 년만에 다시 찾으니 아이들의 성장이 눈에 보인다.


작년 사진을 보니 아기 얼굴들이네...

일 년 동안 참 많이 컸다! 기특한 녀석들.

건강하게 쑥쑥 자라주어 고마워~~



온몸으로 파도를 타고 노는 아이들.

신나게 놀자!!


남편에게 사진 찍어 보내볼까 하는 마음에

'사랑'이라고 쓰니

큰 녀석이 하트를 그려 넣는다.

뒤 이어 하트를 깨뜨리고 '사랑은 개뿔'이라고 문장을 완성시키는 둘째. ㅍㅎㅎㅎㅎ


형아들이 뭔가 글씨를 쓰니 그 옆에서 제 이름 석 자(쓸 수 있는 유일한 글자)를 크게 써 놓는 막내!




이 것이 우리 집에 매일 반복되는 일상.




그렇게 하루 해가 저물어 간다.




함덕은 바다색도 해지는 풍경도 엄청 이국적이다.


하와이 안 가도 될 듯.

음...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고 살자!



살아있는 갯지렁이를 미끼로 쓰니 여러모로 힘들다.

갯지렁이를 자르기도, 꿈틀대는 것을 낚시 바늘에 끼우기도, 챙겨 다니는 것도 어려웠다. 우리도 가짜 미끼를 쓰자고 제안하는 꼬마 낚시꾼들.


아들들 덕분에 낚시가게도 낚시 포인트도 관심 가지게 되네. ㅎㅎㅎ





가족들을 기다리며 혼자 계신 인상 좋은 아저씨.

아저씨와 이야기를 시작하는가 싶더니만...

어느새 해먹에서 그네 타고, 강아지랑 놀면서, 아저씨 옆에 앉아 콜라와 치킨까지 술술 얻어먹는 녀석들.


진짜 최강 친화력이다.

낯 선 사람 조심하라고,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을 수도 있다고 말해줄 틈도 없다.



막내가 아저씨 콜라를 먹고 싶다고 하자

그러면 안 된다고 엄하게 꾸짖는 둘째.

아저씨가 괜찮다며 콜라를 내어 주시자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라며 큰소리치는 둘째... ㅋㅋㅋ

그 와중에 조용히 지켜보다 어부지리로 콜라 얻어먹는 첫째.


이것이 매일 반복되는 우리 집의 또 다른 일상 두 번째 모습.





놀러 온 아저씨네 가족들이 돌아가고 형제님들 주무시니 이제야 파도소리가 들린다.



좋다...




작년에 텐트 쳤던 곳에 와 보니 야영금지, 취사금지가 붙어있네.

막내는 빨리 텐트 치자 한다.

작년에는 어땠더라? 했더니 큰애가 작년에도 야영금지 있었는데 텐트 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단다.


잠시 고민했지만 파도소리 들으면서 잠드는 기회를 놓치기 싫어 텐트를 치기로 했다.

밤까지 놀다가 잠은 집에 가서 자자며 텐트 치지 말자고 하는 둘째에게 '모든 책임은 엄마가 질 테니 걱정 말라'라고 안심시키기.


그 대신 취사는 하지 않고 어두워진 후에 텐트에 침낭만 펼쳐 잠만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텐트를 걷기로 약속을 하니 그제야 조금 안심한다.


이것이 우리 집에 반복되는 세 번째 일상.



그러고 보니 다 둘째의 활약이 크네.
우리 집 역동의 한가운데에 있는 둘째.


우연일까?

둘째가 타고난 개인적인 기질일까?

중간에 낀 둘째라 존재감의 표현인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어떤 이유 이건 간에

우리 집 둘째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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