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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Oct 24. 2018

NVC -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말하자.

제주살이 쉰날 181023

엄마를 만났다.

친구분과 함께 오셨다.

그 덕에 엄마의 대인관계 패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엄마와 갈등의 당사자일 땐 잘 몰랐는데

좀 떨어져서 보니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적극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엄마.

금새 피곤해져서 몸이 마음을 안따라 주지만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원하는 것이 있는데 상대와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돌보기 보다는 상황에 맞추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괜찮은 것이 아니고 참고 있기 때문에,

화가 나서 자꾸 상대에 대한 비난이 올라온다.



미국에 사는 엄마 친구가 한국에 다니러 왔다.

그 김에 두 분이 함께 여행을 다니는 중이다.

(79세, 81세 졸업한지 60년 된 여고 동창생의 여행)

낮에 이야기 하다가 아이들과 내가 공항으로 가는 길에 두 분을 동문시장에 내려 드리기로 했다.

그런데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아줌마가 피곤 하다고 집에서 쉬고 싶단다.

아까 낮에 엄마는 좀 쉬고, 아줌마는 피곤하지 않다며 쉬지 않았다.

그럼 엄마 혼자라도 다녀오시라고 내가 말했더니 그건 싫으시단다.


아줌마가 싫다고 해서

얼마전 부산 태종대까지 가서도 안올라가고,

통영 케이블카도 안탔다고 엄마가

두 세번 반복해서 이야기하자 아줌마가

그럼 동문시장 같이 가자고 한다.


엄마는

"아냐, 너 피곤하면 집에서 쉬어도 정말 괜찮아."

( 내가 자극 받는 부분은 이부분이다!! )

아줌마가 시장에 같이 가고 싶다고해서

공항 가는길에 두 분을 동문시장에 내려드렸다.


식사할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았다.

원하는 것을 슬쩍 비추고 상대가 맞춰 들어오게하는 고도의 기술 전략을 현란하게 구사하신다. ㅋㅋ



엄마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도 보인다.

호기심이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것.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나는 것.



이제야 엄마가 좀 이해되기 시작한다.

가끔 나를 시샘하듯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이 보일 때 너무 화가났다. 나는 여지껏

'딸이 잘 사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흐뭇해야 엄마 아니야?' 하는 나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엄마는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사는데,

자기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며 사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의식을 하든, 못하든)



나도 엄마처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가 나서서 양보하고서는 화가나서 상대방이 너무 미웠다!!

그 대상이 바로 엄마였다.


그땐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도 몰랐다!

그냥 조화롭고 아름답고 편안한 일상을 위해

내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는줄 알고 나서는

우선 순위를 나에게 두려고 한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은 양보를 하고

억울한 인생을 살지 않으려고.

내 인생의 주도권을 내가 쥐고 살려고!

( 나의 시장구경 결정권을 친구한테 내어 주지말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그것을 표현하며 살려는 연습.

그 연습과 배움을 위해 집으로 온 날.

내일 부터 4박 5일간

비폭력대화 중재 숙박교육이 있다.




엄마를 보며 화가 나지 않아 기쁘다.

엄마의 모습에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그저 내가 편안하거나 자극받는 관계의 패턴이나 의사소통방식이 있을 뿐인 것을 알게 되니

한결 편안하다.

그렇게 보게 된 나의 성장도 감사하다.


그냥 관찰하면 가능해 지는구나,,,

다음 번에도 관찰할 수 있게 되기를!!!



오늘도 커다란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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