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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Nov 13. 2018

표현적 글쓰기

제주살이 일흔 날 181112

오늘 대섬 풍경.


날이 잔뜩 흐리고 태풍이 올 것 처럼

바람이 부는 아침.

오늘은 한라산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저 야자 나무들은 만날 부는 바람을 맞고

어찌 저자리에 저리 서서 자랄까.

대단하다.


나뭇잎들이 떨어지니

거실 테라스에서 바다가 더 잘 보여서 좋다.


잔뜩 흐린 날처럼 내 몸 상태도 흐리다.

올레길과 오름 가는 것이 어려워 요가를 선택했는데 고관절에 탈이 나서 요가도 쉽지 않네.

내가 빠지니 애들도 요리 빼고, 조리 빼고

빠질 궁리만 늘어 난다.

둘째 발가락 인대도 아직 멍이 다 빠지지 않은 걸 보니 더 기다려야 하겠다.

에휴,,,


빈둥빈둥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카페에 책 읽으러 밤 마실 다녀 옴.

요가도 빠지고 마땅찮은 눈으로 쳐다보는 어미가 부담 스러웠는지

아들들이 차마시며 책 읽고 오라고 등 떠민다.


왜 자꾸 카페 가라고 하느냐는 나의 우문에

카페 가는 엄마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는 현답이 돌아온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

생각보다 많이 나를 사랑하는 아이들.

내가 늬들을 키우는 것이냐,

늬들이 나를 키우는 것이냐,,,

어쨋든 고맙다.


감사한 마음으로 집을 나와 카페로 간다.

표현적 글쓰기 : 당신을 치료하는 글쓰기

제임스 W. 페니베이커, 존 F 에반스.


조용한 카페에서 제주에 숙제로 가져왔던

책을 두 시간 만에 뚝딱 읽는다.

하루종일 쉬었더니 흡수가 쫙쫙 되나보다.

( 휴식의 중요성! )



글쓰기의 힘을 입증하는 책이다.

글쓰기의 치료적 효과에 대한 실험과 결과에 대해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하고,

실제 어떤 방식으로 글쓰기를 하면 좋은지 글쓰기의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글쓰기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글과 후기도 있다.


책에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글을 쓰길 권한다.

 매번 같은 시각이 아닌 다양한 각도로 상황을 쓸 때 치료적 효과가 더 크고,

긍정적인 감정언어를 사용할수록 글쓰기 연습에서 유익한 결과를 얻었다는 결과도 알려준다.

(사랑, 배려, 재미있는, 기쁨, 따사로운 등의 말들)

부정적인 경험에서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고통을 잘 극복한다는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그거)


표현적 글쓰기의 목적은 스스로에게 온전히 숨김없이 솔직해지고 마음을 활짝 열게 하는 데 있다며 글쓰기의 안전 보장을 강조한다.



아티스트웨이 워크숍에서는

매일 아침 세 쪽의 모닝페이지를 권한다.

책에 아티스트웨이도 언급 되어있다.


모닝페이지와 닮은 점도, 다른 점도 있다.

아티스트웨이 워크숍을 마치고 나서 이 책을 읽으면 혼자서도 모닝페이지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글쓰기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긍정적 글쓰기의 힘에 대해서도,,,


나는 지어내는 글은 재미가 없어 못 쓰겠다.

내가 겪은 것과 느낀 것에 대해서 쓸 때,

신바람이 나고 쓰기도 쉽다.


그러면 일상을 긍정적으로 살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감정언어를 사용하는 글쓰기를 저절로

할 수 있겠다는 단순 명쾌한 결론에 도달!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그것을 실천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 여기 저기서 한 목소리로 알려주네.



좋았어.

해보자.


오늘 집에서 충분히 쉰 덕분에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컨디션이었던 것에 감사하다.

긴 책을 두 시간 만에 읽어 내다니 내가 놀랍다.


아이들의 권유를 받아들인 내가 기특하다.

카페에 가지 않을 수 도 있었는데 말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책 읽고 돌아와 보니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남은 저녁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갖고 너그럽게 대할 수 있어 감사하다.


나의 성장과 치유를 위해 노력하는 내가

자랑스럽다.


나의 성장을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면

뱃 속이 따뜻하고 부드러워진다.


.

.

.

이만큼만 했는데도

시작 전 보다 한결 편안하고 평온하고 진짜로 감사가 퐁퐁 솟아 오른다.

진짜로 뱃 속이 따뜻하고 부드러워 지다니!!

 신기하다.



하,,, 참말로 감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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