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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Nov 19. 2018

밀린 집안일과 가치 증명.

제주살이 일흔 엿새 181118

어제 아이들과 윗세오름 다녀온 다음 날.


몸이 무겁지만 집안 꼬라지가 폭탄이라 아이들을 채근해 집안정리를 시킨다.

집안 청소는 아이들이 맡아서 해도 밀린 설거지며,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오전에 집안 정리 하고

아이들 점심 준비 해 놓고 나는 외출.


오늘은 자유의 날이라

애들은 청소와 숙제를 마치고 신나게 게임하는데

나는 밀린 집안일 하느라 자유롭지 못하다.

우쒸,,,



큰맘 먹고 시내 이마트 가서 내가 덮을 겨울 이불 사왔다.

육지에서 이마트가 일상이었는데 여기선 큰 마음 먹고 나가는 이마트. 사람 많고 주차 복잡하고, 계산 줄이 길어서 가기 싫다. 코스트코 가듯이 간다.



집에 오는 길에 빨래방.

우리동네 은혜로운 빨래방엔 주인이 상주한다.

빨래와 충전한 빨래방 카드를 맡겨 놓으면 세탁에서 건조까지 해준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땐 접어서 가방에 담아주기까지 하는데 추가 요금도 없다.

근처 펜션들이 있어서 단골고객 서비스차원에서 해주는 것 같은데 가끔 가는 나도 덩달아 혜택 받는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야 한다며 세탁 후 건조기에 넣으면 문자를 보내줄테니 40분 후에 찾으러 오란다.


감사합니다~ ^^



홀가분하게 빨래를 맡겨 놓고 집에와서 저녁 준비.


돼지 고기 한근과 채소만 있으면 끓일 수 있는

고추장찌개가 오늘 메뉴.


밥을 하는 동안 설거지를 하고

정성에 비해 효과 만점인 고추장 찌개를 끓인다.

오호호~ 훌륭한 맛!

저녁 준비를 마치니 딱 빨래 찾으러 갈 시간.


빨래를 찾아와 저녁 먹기.

둘째와 셋째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안 먹는다.

엄마 식사준비 했는데 아무도 안먹는 것이 마음에 걸린 큰 아들이 밥을 먹고는 속이 불편해서 끙끙.

에고고,,, 너도 배 부르면 안 먹어도 되는데,,,

다 같이 맛있게 먹으려고 식사준비 하긴 했지만 억지로 먹고 배아픈 건 싫다.

그래도 아들의 마음씀이 참 고맙다.


제주에 와서 큰 아들 행동이 부쩍 어른스러워졌다.

아빠가 안 계시니 자기가 엄마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협조도 잘 해주고 동생들도 챙기는 모습이 보인다. 어제도 막내는 큰 녀석이 맡아서 데리고 다녀주고, 무거운 보온병도 군소리 없이 짊어지고 올라간 덕에 산에서 컵 라면 맛있게 먹었다.


요새 큰 아들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 무척 고맙지만

기쁘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길 바란다.

너무 애써서 엄마를 돌보지 않아도 돼.

너는 내 아들이고, 나는 네 엄마야.

생각보다 엄마 힘 쎄거든!


네가 큰 아들이니까 엄마를 도와주어야야만 한다는 압박감은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는 얼마든지 거절할 수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해. (그건 이미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만,,, )


내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누군가를 애써서 돕고 나서

내 자신을 위한 것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허탈감과 억울함이 남는 그 씁쓸한 감정을 엄마는 아주 잘 알고 있단다.


그래도 참 고맙다 아들!!



그러고 보니

나도 쉬고 싶고, 놀고 싶었는데

엄마로서 가치증명 하느라, '해야만 한다!'가 있어서 무리해서 힘든 하루를 보냈네.


아들한테 할 얘기가 아니라 나한테 하는

얘기였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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