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라 Dec 02. 2018

조천읍 녹차 밭 다희연

제주살이 여든 아흐레 181201

푹 자고 일어난 남편이 둘째와 사우나에 다녀온다.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이발을 하러 다녀 옴.


아침에 김치찌개를 끓여 든든히 먹고


아이들은 토요일 자유의 날을 즐기고

엄마 아빠도 자유롭게 데이트를 즐기러 나간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차밭을 기대하고 갔다.

젠, 치유, 명상, 산책,,, 뭐 이런 단어들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혼을 쏙 빼 놓은 유원지에 다녀온 것 같아서

오래 있지도 않았는데 무척 피곤했음.


녹차 밭 한가운데 있는 동굴 카페라니~

잔뜩 기대하고 갔다.



입구는 훌륭했고

운 좋게도 날아 다니는 박쥐를 보았다!

우와~



그런데 말입니다,,,

동굴 안에서 에일리언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천장에서는 기계음과 함께 계속 부풀었다 꺼졌다 끊임 없이 반복하는 설치 작품.

카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1990년대 가요.

음료도 맛없고,,,


헐~ 그냥 이색 카페로는 훌륭한 컨셉인데

이걸 녹차 밭과 연결해 놓으니 진짜 안 어울림.

아님 노래라도 좀 신비스럽고 우주적인 느낌으로 선곡 하던가,,,

진짜 엉망진창 동굴카페 였음.


정지사진은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녹차 밭.

내가 보고 싶고 즐기고 싶었던 것은 이런 풍경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동굴카페의 이상한 컨셉이 녹차밭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녹차 밭 위에 설치 된 짚라인.

직접 타보면 핵꿀잼 이거나 위에서 내려다본 차 밭이 예뻐서 또 다른 평가를 할 수도 있으려나,,,


조용한 산책도 불가능한 짚라인 타는 소리,

눈 돌릴 때마다 나타나는 저 철제 타워들.


애초에 액티비티를 목적으로 왔다면

괜찮은 여행일 수도 있겠지만

입장료 5천원이 아깝기는 처음이라,,,





훌륭한 곶자왈 지대였을 법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동굴, 숨 굴, 돌과 함께 자란 흔적이 있는 나무들.

흔적들을 전시해 놓고 보여주는데,

나는 자연의 사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불편함이 올라온다.


그런거 있잖아,, 시속 100킬로로 넓은 영역을 누비며 사냥하는 치타를 좁은 우리에 가두어 놓고,

나는 입장료 내고 들어가서 던져 주는 냉동 닭 뜯어 먹는 치타를 보는 기분.

당당하고 멋진 존재가 입장료 받고 보여주는 돈벌이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는

실망스럽고 씁쓸하고 안타깝고 화가나는 기분.





본성이 훼손되고 침범당하고 장악 당하는 것을 보면 나는 화가 난다.


태어난 그대로 자기답게 꽃 피워내는

넘사벽의 기품있는 모습들을 보고 싶다.

나도, 너도, 자연도,,,




자연과 사람의 편리.

개발과 보존의 접점을 찾는 것.

'그것을 누구의 시각으로 구현해 내는가'

이것이 완전히 상이한 결과를 낳는 것 같다.




끙,,,  

오늘은 시끄럽고, 불쾌하고, 피곤한 나들이였음.



기대하고 갔던

젠, 치유, 명상, 산책,,,

강력한 자극 속에서 하긴 했네!!





매거진의 이전글 싼타 아빠 방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