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라 Dec 18. 2018

윤동주 <자화상>

제주살이 백 닷새 181217

오늘 내 마음에 들어온 시

아들이 가끔 읽어 주는데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