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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Dec 28. 2018

자기 삶의 연구자

제주살이 백 열닷새 181227

자기 삶의 연구자


오늘 저녁에 책을 읽다가

책에 인용 된 박노해 시의 전문이 궁금해 찾아본다.


나에게 남은 구절은


최고의 삶의 기술은 언제나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들어내는 것



오늘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다가 나온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들 셋 키우는 희노애락을 이야기 하면서

아이들과 잘 지내면 잘 지내서 기쁘고,

아이들과 어려운 한 고비를 넘고나면 그 후에 나에게 깨달음이 있으니 성장해서 좋다고.

아들셋이 진정 나의 스승님들 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것이 아들 셋 키우면서 받는 제일 큰 선물이라고.

우연히 읽은 박노해 시인의 시에서 내마음을 만나니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삶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니라네
삶의 목적은 삶 그 자체라네
지금 바로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우리가 이토록 고통받을 이유가 없다네.



삶의 목적은 삶 그자체.

자연을 마주하며 드는 생각. 꽃은 왜 피고 씨앗을 뿌리나,,, 씨 뿌리려고 태어났나? 그렇게 씨를 뿌려 뭐하게?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고 생태계가 잘 돌아 가도록 그저 자연 순환의 일부가 되기 위해 태어났나?


내 삶의 의미를 찾아 헤메니 이제 하다하다 눈 앞에 보이는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자연에게까지 오지랖이다.


태어났으니 사는 거지!

너무 깊이 생각하면 머리 터진다.



내가 좋아하는 고미숙 선생님의 책에서 이야기한다.

(이 책을 보다가 박노해 시인의 '자기 삶의 연구자'를 찾아보게 되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바로는,,,


자신이 겪은  힘든일을 글로 남기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냉철하게 관찰하고 자신의 패턴을 알아차리라는 뜻이겠지) 그래야 겪은 일이 흩어지지 않는다고. 힘든 일을 겪은 의미를 찾는 일이라고. 그리고 쓴 글을 만천하에 공개하라고. 그러면 그것이 치유의 과정이 되어 신체까지도 건강해 진다고. 자신의 병을 소문 내라고.


'번뇌 커밍아웃'이라고 표현한(참 탁월한 표현이다!)글쓰기는 자신의 현실을 직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리라.

비밀을 숨기기 시작하면 더 큰 비밀이 되어 그것을 숨기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진되지만, 드러내면 굴레에서 자유로워진다. 최소한 숨기는데 쓰는 많은 에너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쓰게 된다. 또 막상 까보면 별 것 아닐때가 많다. 이것은 경험으로 아는 사실이다. (참고로,,, 나에게는 아직 숨겨둔 비밀이 많이 남아있다.)


고미숙 선생님이 나의 글쓰기의 의미를 잘 정리해 준 것 같아 반갑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하루를 마무리 하며 매듭을 짓는 일이다. 나의 생활이 흩어지지 않고 오늘 내가 겪은 일의 의미를 찾는 일이다.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내용이 산만해지긴 했지만

(어쩌겠나 내 머리속 생각의 흐름이 동해번쩍 서해번쩍 홍길동인 것을)


결론은

현존하겠다는 것.

바로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똑바로 보고,

그 일을 겪는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떤지 관찰하며 알아차리겠다는 것.

끄달려가지 않고 분별력있게 살겠다는 것.

나를 연구하며 번뇌 커밍아웃을 계속하겠다는 것.



자기 삶을 연구하러 제주에 유학왔다.

유학생활 백 열 닷새 째.

오늘도 감사한 제주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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