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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Jan 02. 2019

새해에는 새 눈으로 보자!

제주살이 백 스무날 20190101


1월 1일에 제주에 있는 날이 얼마나 있겠나 싶은 생각에 제주 살이에서 맞이하는 새 해 첫 일출은

성산 일출봉에서 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제 윗세오름 눈꽃 산행을 마친 가족들 상태가 메롱이다.

나의 계획은 일요일 윗세오름 등산 후 하루 쉬고 새해 일출을 보러 성산 일출봉에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요일은 폭설로 인한 입산 통제다! 하루 뒤인 월요일에 등산을 하니 다음날인 오늘 새벽 성산행이 아득히 멀어진다.


급 후회가 몰려온다.

오늘 성산에 일출보러 가겠다고

중학생 큰아들 결석하고 어제 윗세오름 데려갔는데,

어제는 쉬고 오늘 등산을 할껄 그랬나?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하니 미리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지 않은 터라 가족여행 이라해도 무단결석으로 처리 된단다) 지각, 조퇴, 결석이 한 번도 없다고 자랑스러워 하던 아이를 설득하여 학교를 빠지게 하고 산에 다녀 온 것이 좀 후회스럽기도 하다.

내가 경솔한 행동을 한 것 같은 자책이 든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일이구나. 몹시 씁쓸하다.



성산 일출은 멀어졌지만

동네 일출이라도 보러가자.


형제님들은 안중에도 없는 새해 일출. 피곤해서 더 자고 싶단다. 오늘 구름이 두꺼워 일출 보기 어려울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일출을 보러 나간다.


집 밖으로 나오니 날이 잔뜩 흐리고 바람이 거세게 분다. 학교를 빠지게 해서 아이에게 미안했던 마음과 후회스러운 마음이  싹 사라진다.

'오늘 등산하기 힘들었겠다. 어제는 바람도 없었는데 , 어제 등산하길 잘했구나.'

또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사람의 마음!


내 감정이 무엇에 좌우되는 것인지 살펴봐야겠다.


결과에 따라 내 행동의 잘잘못을 가리고 있던 건가?

오늘 날씨가 어제보다 더 좋았으면 어제 내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고, 오늘 폭우가 쏟아지면 어제 내 행동은 잘 한 행동인가?


그런 기준을 갖고 산다면

비난과 칭찬, 잘했나 잘못했나 시시비비를 가려

단죄하느라 심판관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그렇게 살기 싫다.

심판관으로 살기도 싫지만, 심판 받으며 살기는 더 싫다. 나는 공감 받으며 살고 싶고, 이해하고 이해 받으며 수용하고 수용받으며 살고 싶다.


이제껏 의식하지 못하고 심판관으로 살아온 습이 있는데 갑자기 바뀌긴 어렵겠지만 계속 나를 들여다 보며 나의 패턴을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바꾸며 살아가야지. 나를 비추는 거울을 계속 닦으며 살자.



오늘 아침 일출은 이것이 최선이다.

해가 잘 보이는 날도 있고, 잘 안보이는 날도 있지.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 우리 부부의 모닝커피.



집으로 돌아와

새 해를 축하하며 조촐한 초콜릿 파티.

산에 가서 먹으려고 가져갔는데 먹는 것을 깜빡 잊고 도로 가져왔다.

달콤하게 새해를 시작하는 걸로~ ^^


새 해 떡국을 먹으며

오늘의 일정을 아이들과 상의한다.

아이들은 피곤하니 집에서 게임하며 쉬고 싶단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과 함께 제주를 즐기고 싶다.


모두를 만족시킬 우리의 선택은

게임기를 들고 나가 해안도로를 드라이브 하고, 적당한 카페가 나오면 쉬면서 게임하기.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만난 북촌 다려도.

여기에 차를 세워 놓고 나는 그림 그리고, 아이들은 게임하고 남편도 핸드폰. ㅋㅋㅋ

나름 모두가 만족스러운 일정이다.


점심은 동복리 해녀촌

회국수, 회덮밥, 고등어 구이, 성게국수.

취향도 제각각 메뉴도 제각각.


오후 내내 가다 쉬다 반복하며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니 해질녘에 성산에 도착했다.



일출봉에 오르기 싫다는 아이들은 차에서 간식 먹으며 게임을 하고 우리 부부는 일몰을 기대하며

일출봉에 오른다. 뭔가 거꾸로인 듯 하지만,,,


180만년 전에 화산 분출로 생긴 돌을 보며 감탄.

180만년 전에 생긴 벽을 내 눈으로 보다니,,, 자연의 스케일은 상상초월. 남편은 180만년 전에 생겨났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 더 놀랍단다.

같은 경험 다른 생각. ㅎㅎㅎ

오늘의 일몰.




신년 맞이 목욕 후 집에 돌아와

둘째가 만들어준 떡볶이로 다같이 저녁 먹기.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의 신년 계획들 듣는다.


일 년 후에 자신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물어 보았다.


막내는 더 많이 사랑 받고, 더 많이 칭찬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이유를 물으니 형들에게 인정 받고 싶단다. 더 많이 사랑 받고 싶단다. 요새 혼나는 일일이 많은 막내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고 싶고, 존재감을 느끼고 싶을 수도 있겠다.


둘째는 요리를 더 잘하는 사람, 자신의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사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먼 미래에는 고든램지 같은 요리사가 되고 싶단다.


첫째는 물리학과 천문학을 더 많이 공부하고 싶단다. 그리고 살아 있어야 그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단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이 중요하단다. 한동안 철학책과 시집을 찾아 읽더니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나보다. 어느새 이렇게 훌쩍 성장했는지 놀랍다. 나사에 들어가 인류의 미래와 후손들을 위한 기여를 하고 싶단다. 포부가 큰 아들.


매일 일상 안에서 지지고 볶느라,,,

부족한 부분만 자꾸 눈에 들어와 잔소리 하며 살았는데. 이런 기회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들이 빛나 보인다. 눈이 번쩍 뜨이며 아이들이 달리 보인다.


아이들은 집을 어지럽히고, 씨우고, 짜증 내고, 게임하고 싶다고 조르던 그 아이들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 속으로 아이들에게 붙여 놓았던 꼬리표가 떨어진 것이겠지. 내가 붙여 놓았던 꼬리표를 떼고 아이들을 다시 보니 이제는 아이들이 빛나는 보석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아까부터 계속 빛나는 보석이었는데!!


아이들이 바뀐 것이 아니라, 아이를 보는 내 눈이 밝아진 것이다.



올해는 나의 판단과 평가를 멈추고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나를 비추는 거울도 닦고, 세상을 보는 눈도 닦자.

현상을 보기보다 본질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NVC의 욕구차원에서 관찰하자.

이것이 올 해 나의 목표.


심봉사 눈 뜬 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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