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이 쉽냐고?
캠핑은 나에게 '힘들 때도 있지만 재미있어서 또 하고 싶은 것.'이다.
캠핑 일정이 남편과 맞지 않을 땐 남편 없이 혼자 아이들 데리고 캠핑장에 가기도 한다. 집에 있는 것보다 캠핑하러 나가는 것이 편해서 그렇다.
"그 무거운 텐트를... "
"남자도 치기 힘들다는데..."
"우리 남편은 혼자서 2시간 걸려. 그걸 혼자 해?"
이런 이야기들을 듣기도 한다.
아마 남자들도 치기 힘들어한다는 텐트는 오토캠핑용으로 나온 온 가족이 불편함 없이(불편함을 최소화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생활할 수 있는 거실형 텐트일 것이다.
우선 텐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 집에도 엄청 큰고 무거운 텐트도 있다. 캠핑을 시작하고 보니 너무 좋았다. 캠핑 첫 해에는 좀 무리를 해서라도 큰 텐트를 사고 안락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크고 편한 물건들을 골랐다.
첫 캠핑. 모기를 백방쯤 물리고 우리도 타프 스크린을 사자고... ㅋㅋㅋ. 아직도 가끔 사용한다. 동계 캠핑용으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캠핑을 시작하고 보니 너무 좋았다. 좀 더 자주 나가고 싶은데 남편과 시간이 맞지 않아서 가지 못 할 경우가 생겨서 참 아쉬울 때도 있었다.
그래서 던지면 펼쳐지는 퀵 텐트를 사서 아이들과 방학 내내 다니리라 결심하고 쉽게 펴고 쉽게 접히는 텐트를 사고만 것이다.
그 텐트를 사고선 아이들과 방학의 절반 이상을 캠핑장에서 보냈다. 평일에 다녀오기도 하고 금요일에 먼저 가서 텐트를 치고 놀고 있으면 애들 아빠가 밤늦게 캠핑장으로 퇴근하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조금 먼 거리일 땐 버스를 타고 오는 남편을 터미널로 마중 나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 함께 돌아오기도 하고, 함께 출발해서 놀다가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일요일 오후에 터미널로 데려다주고 우리는 좀 더 놀다가 내가 텐트를 접어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남편 스케줄과 상관없이 가고 싶을 때 가고, 오고 싶을 때 오니 자유롭고 좋았다.
위풍당당 마티즈에 짐을 싣고! ...이제는 추억의 마티즈.
남편 없이 아이들의 도움으로 처음 친 텐트. 남편이 없으니 아이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해 낸다.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니 아이들도 달리 보이고, 애들 스스로도 자신감이 높아지니 뜻밖의 수확이 많다!
그렇게 신나는 여름을 보냈는데 또 불만이 생긴 것이다. 퀵 텐트는 부피가 정말 크다. 접어도 동그란 모양이 부피를 엄청 차지하는 데다가 무겁기는 또 어찌나 무거운지...
그즈음에 백패킹이 유행을 하기 시작하며 무게와 부피를 최소화하는 텐트들이 많이 소개되었다. 전문 산악인들이나 사용하는 줄 알았던 알파인 텐트들이 일반인 대상으로 많이 출시되던 때였다. 겨울 내내 틈만 나면 인터넷을 뒤져 가격을 알아보고 사용 후기들을 비교하면서 가슴을 설레며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쯤 되면 텐트가 두 개나 있는데 또 사나? 돈이 얼마야.. 잘 사는 집인가?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텐트가 비싸기도 하다. 가격은 천차만별이기도 하고. 일 년에 한 번 나가는 사람이 백 만원 짜리 텐트를 살 수도 있고 주말마다 나가는 사람이 십 만원 짜리 텐트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다양한 취향과 선택의 문제이다.
나는 호텔이나 펜션에 드는 돈이 아깝다. 그냥 아까운 것이 아니라 너무너무 너무 아깝다. 호텔이나 펜션에서 하루 이틀 잘 돈이면 텐트를 사고도 남는다. 별 몇 개짜리 호텔에서 하루 잘 돈으로 좀 허름하게 닷새를 놀다 오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어디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호텔이나 펜션을 예약하는 대신 그 지역 캠핑장을 알아본다.
캠핑장에 베이스를 두고 며칠간 그 지역을 여행한다. 여름에는 텐트 안이 더워서 들어가 있을 수도 없거니와 모처럼 그 지방에 갔으면 둘러보고 먹어보고 할 것이 많이 있으니 아침밥 후딱 해 먹고 캠핑장을 나와 돌아다닌다.
낮에는 구경하며 그 지방 특색 있는 먹거리들 사 먹고 저녁에는 장을 봐서 캠핑장으로 돌아오면 캠핑장의 저녁이 기다린다.
아이들은 저녁 먹고 캠핑장에서 사귄 친구네 텐트로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어른들은 화로대 앞에서 불멍을 때리거나 음악을 틀어 놓고 술 한잔씩 하면서 이야기하는 느긋한 저녁.
이 재미로 텐트가 있는데도 또 텐트를 사며 호텔을 놔두고 모기 물려가며 나는 캠핑을 하는 것이다.
작년엔 아이들과 용감무쌍하게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가서 캠핑도 했다. 남편은 주말에 왔다가 먼저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발길이 안 떨어졌는지 호텔을 예약해 줘서 편하고 시원하게 이틀을 더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
제주 공항 제일 가까이 있는 무료 캠핑장 이호테우해변의 밤. 밤바다에 한치잡이 배의 집어등이 눈부신 야경을 만들어 준다. 애들은 잠들고 혼자 보기 아까운 야경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으니 좀 심심하기도 하다.
함덕 서우봉의 아침.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정말 텐트만 들고 가면 된다.
제주의 섬 속의 섬 우도 비양도 캠핑. 백패커의 성지라 할만하다! 우도 비양도 나의 인생 캠핑 장소.
백패킹의 맛을 보고 난 후엔 짐을 더 간소화하고 더 작고 가벼운 텐트를 하나 더 사서 그다음 해엔 주로 캠핑장이 아닌 노지로 캠핑을 가고...
짐을 줄이고 줄여 배낭 안에 넣고 두 다리로 야영지를 찾아간다.
여주 강천섬 캠핑.
그 사이 아이들이 커서 캠핑을 따라오지 않겠다고 할 때도 있어서 아쉽지만 막내만 데리고 단출하게 캠핑을 하기도 한다.
강릉 사천해변 노지 캠핑.
불멍
하동. 구재봉 활공장 캠핑.
아침에 새소리에 잠을 깨니 섬진강변의 물안개와 하동 평사리의 들판이 발아래 펼쳐진 광경이 있다.
매년 텐트를 사는 변명이랄까?
거기엔 뭐 이런 내 나름의 변천사가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벼움과 자유로움을 선택하는 변천사 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남편이 자꾸 텐트 사는 거 싫어하지 않느냐고?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씩씩하게 애들 데리고 나가 주는데 싫어할 리가 있나! ㅋㅋㅋ
이제는 발렌타인 데이 선물로 텐트를 사주며 응원한다.
남편도 홀가분하게 혼자만의 백패킹, 혹은 가족들과 같이 캠핑을 즐긴다.
실은 지금도 홀로 동해바다 해변 캠핑을 마치고 집으로 오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밤늦게 도착할 수도 있다는 말도 잊지 않고 덧 붙인다... =_=;;;알았다고!
서로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