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캠핑 > 우도 비양도

피곤이 누적된 가족들이 펼치는 아슬아슬한 자칼 쇼.

by 정희라

그리운 비양도 캠핑.

지난밤 하늘엔 별이 보이길래 살짝 기대했는데

아침 일출을 보지 못 했다.


해가 뜨는 것도 해가 지는 것도

같은 자리에서 의자만 돌려 앉으면 볼 수 있는 작은 섬.


이번 비양도 캠핑에서 일몰과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잔뜩 흐린 날씨로 일몰도 일출도 보지 못 해 아쉽다.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와서 바람막이용 타프 설치했다.



비양도의 아침 풍경

비가 올 듯 하지만 일단은 바다 보며 여유 부리기~ ^^

고뇌에 찬 (작은일에도 삐치는) 13세 소년의 뒷모습.



잠깐 앉아 쉬는 십여분 동안

하늘은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리도 서둘러 철수.

짐을 차에 싣고 나니 억수로 쏟아지는 비.

철수 도중에 이 비가 왔으면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가야 할 만큼 엄청 쏟아진다.



비 오는 우도를 한 바퀴 돌아 보고

한라산 볶음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돼지고기 주물럭을 먹고 공깃밥을 볶을 때

한라산의 탄생과정과 오름을 재미나게 설명해 준다.

6개월에 한 번씩만 볶는다는 공깃밥 4개.

우리 집은 거대한 한라산~ ^^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은 이런 것.

그저 어디서나 볶아주는 공깃밥인데 설명을 곁들여 특화시키고, 왔으면 먹고 가야 하는 명물이 된다.

그리고 떼돈을 번다. ㅎㅎㅎ



우도를 나와 섭지코지로 간다.

작년 제주 여행에서 인생 사진 많이 찍은 섭지코지.

아이들이 아빠랑 꼭 같이 오고 싶다고 말했던 곳.


날은 흐리지만 가족이 함께 하니 좋다.

보이는 곳마다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





무엇이 발단이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첫째와 둘째 아들, 아들과 남편, 나와 아들들, 첫째와 셋째 아들....


5 식구에게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로 감정 충돌.

솔직한 표정의 아이들과 카메라 앞에선 기분과 상관없이 '스마일~ ' 자동 발사되는 어른들.



화가 나서 먼저 가버린 둘째. 저 멀리 검은 점이 되었네.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생을 놀리는 형과 복수하러 쫒아가는 동생이다.



저 자리는 성산일출봉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지만 눈에 뵈는 것도 없이 따로 떨어져 누가 봐도 싸운 것 같은 가족의 모습. 그나마도 둘째는 아까 먼저 가 버리고 없다.



아름다운 섭지코지에서

5마리의 자칼이 떼 지어 다니며

서로 물고 늘어지고 으르렁대며 상처를 주고받았네.


화가 난다.

우리는 화가 나고 열 받는 일에 자주 노출이 된다.


그와 중에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일도 있다.

그렇지만 별 것 아닌 작은 불씨가 활활 타오를 때도 있다.


오늘은 작은 불씨가 숲을 태운 그런 날이었다.


피곤하면 자신도 타인도 돌볼 수 없다.

피곤하면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와 타협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쉬지 않고 놀며 캠핑하며 여행한 지 오늘이 7일째.

겁나게 바람 부는 비양도에서 자고, 이틀간 씻지 못한 상태 이기도 하다.


에고고,,, 즐겁게 놀아도 몸의 피로는 어쩔 수 없구나.


이번 여행은 좀 헐렁한 편이었는데??

'비오기 전에 비양도!'라는 욕심과 압박감이 있었구나.


'가족 여행'이라는 더 큰 가치는 보지 않고,

'비양도 캠핑'이라는 수단과 방법에 매몰되어 있었다.


비양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여유 있고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비양도에 가고 싶다>는 한 줄만 남아서 미션 수행하듯이 밀어 부친 결과가 이것이구나!


흠...

남편은 아까 낮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꿈, 희망, 비전'이다.

가족여행을 함께하는 목적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때때로 튀어나오는 내 안의 자칼도 잘 돌볼 수 있는 충분한 '휴식'이 꼭 필요하다.





감사하게도

오늘 밤은 가족들에게 휴식의 밤이 될 것 같다.


제주에 살고 있는 친구가 혹시 제주 숙소가 필요하진 않은지, 당분간 비어있는 친구 집을 빌려줄 수 있다고 며칠 전 연락이 왔다. 내일과 모레 비 소식이 있어 이틀간 숙소 이용을 부탁했었다.



오늘 저녁은 삼양에 있는 친구의 친구 집에서 쉰다.


시댁에 있다가 우리를 만나러 나온 친구가 명절 음식까지 전해준다. 아이쿠야... 이렇게 고마울 데가!!!


친구의 정성이 담긴 차례음식도 데우고 김치찌개도 끓이고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집밥이다.

과일 후식까지 완전 풀코스~ ^^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정성스러운 저녁밥을 먹으니

잠이 쏟아진다.


고맙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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