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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udio AccA Sep 11. 2020

편식 주의자의 식탁 - Cola

피자엔 콜라?! 노노~ 사이다!!

보통 내가 못 먹는 음식들은 주로 어떤 기억에서 비롯된다거나, 입맛이 변했다거나 주로 이런 이유였지만, 유독 이해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콜라'라는 대중의 음료이다. 


1886년 금주법이 시행되나 혜성처럼 나타난 음료가 바로 콜라이다.

술의 대체제로 만든 이의 의도는 아마도 술 대신 콜라였을 것이다.

콜라의 역사가 꽤나 오래되었다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군인들에게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많은 전쟁의 영웅들에게 콜라는 분명히 위안이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휴식 같은 청량감


시간이 지나면서 콜라는 열심히 일하는 당신에게 휴식 같은 시간을 준다고 광고한다.

콜라의 의미는 이런 시간들을 지나 사람들에게 휴식, 청량감, 즐거움까지 더해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여 기름진 음식을 먹는 자리엔 '언제 어디서나 콜라'를 외치게 만들었다.

어쩌면 콜라를 먹기 위해 점점 더 기름진 음식이 개발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 콜라의 의미가 어떤지 알 수 없던 꼬마의 시절부터, 피자집에 가면 피클과 콜라는 으레 주문하게 되어 있었다. 햄버거집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국 룰과도 같아서 콜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웠다.

중학교 시절쯔음에 만났던 햄버거집은 우리에게는 신세계였는데, 당연하게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다들 그렇게 먹고 있으니까 말이지.


콜라를 처음으로 먹었던 때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나보다 오래된 아이니까, 내가 꼬꼬마 시절에 우리 부모님들이 마시고 남은 콜라를 몰래 마셨다든가 하는 것이 나의 첫 번째 경험일 수도 있다.


이 맛은 뭐야?


내가 느끼는 콜라의 맛을 굳이 표현하자면, 달고 밍밍하며 먼가 야리꾸리한 맛의 탄산음료라고 밖에 말하기 어렵다. 사실 맛을 본지 조금 오래되어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그러면, 나는 햄버거집이나 피자집에 가서는 항상 스트라이프나 사이다를 시켰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가면 음료 하나를 사서 나눠 마시기를 종종 했는데, 다 콜라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억지로 콜라를 함께 마셨다. 친구와의 사이를 위한 나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여고 시절에는 그나마 유일무이하게 나와 내 베프가 콜라를 안 마셨는데, 우리는 항상 '사이다'를 외치며 같은 편이라며 손뼉을 맞장구쳤다. 다른 선택지를 한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감이 들었다.


20대 초반까지는 콜라를 대체하는 탄산음료를 사이다와 스트라이프로 대체했었는데, 어느 순간 '아메리카노'라는 커피가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마시면 꽤나 좋은 음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동안 커피업체에서 일하게 된 나는 탄산음료 대신 커피를 즐기게 되었다. 

커피를 즐기는 나이니까 치킨과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 없는 맥주도 탐하게 되었다.

콜라의 대체제는 무한대로 늘어났다. 기름진 음식에는 국 룰처럼 여겨지는 콜라 대신 에이드라는 아이도 생겼다. 선택의 폭이 점점 더 넓어졌다. 이제는 나 혼자만 콜라는 안 먹는 시대는 슬슬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면서, 콜라의 엄청난 카페인이 중독성을 일으킨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엄청난 열량과 탄산음료의 좋지 않은 점이 점점 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도 콜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종종 발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라를 한 두 번 산적이 있다.

그것은 클래식 콜라의 열풍이 불었을 때였다. 캔으로만 보아오던 콜라가 다시 병으로 나왔는데, 한정판이라던가, 컬래버레이션을 한 경우였다. 

장 폴 고티에와 한 콜라보라던가, 올림픽 기념이라던가 하는 마니아의 마음을 뒤흔드는 그런 디자인을 내놓을 때마다  '오!!' 탄성을 지르며 마시지도 않는 콜라를 앞에 두고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 언니에게 콜라만 마시고 병만 돌려받았던 적도 있다.

최근에는 또 귀엽게 생긴 콜라병을 보고 몇 병 사놓은 적이 있었다. 

독일에서 온 콜라였다. 이 마저도 친구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가 한입 맛을 본 적이 있다. 

조금 깔끔한 느낌이었지만,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이것도 모두 사치인 듯, 이제는 더 한정판 이런 것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콜라에 관해서는 말이지. 

아마 역대급 디자인이 나온다면 아마도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니 장담은 못하겠다. 


콜라를 따로 시킨 적은 없으나, 가끔씩 집에 콜라가 있을 때가 있다. 

배달 음식을 잘 시키지는 않으나, 치킨에 무료로 주는 콜라라던가, 피자 라지 사이즈를 시키면 주는 큰 페트병의 콜라는 정말 처치곤란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콜라를 좋아하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있는 경우 그들이 해결해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계속 쌓이게 되거나 버려야 하는 수고스럽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환경오염을 시키는 건 아닌지도 생각하느라고 콜라가 집에 있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배달에 일회용 젓가락 빼기와 동시에 콜라를 빼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피자나 치킨을 시켰는데 딸려오는 콜라 서비스를 거부하는 사람인 것이다.

무언가 대체로 다른 것을 주는가 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무까지 빼니 쓰레기가 확 줄었다. 

콜라를 거부했는데, 배달음식을 시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콜라의 매력은 무엇인 것일까? 왜 그 맛을 좋아하는 것일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과연 중독성일까?

솔직하게 치킨엔 사이다보다 콜라랑 맥주였고, 햄버거에도 콜라가 왜인지 더 어울리는 느낌이고, 피자에도 사이다보다는 콜라나 맥주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유인즉슨, 이런 인스턴트 음식들은 자극적인데, 콜라에 비하면 꽤 순한 느낌이 드는 사이다는 음식의 맛을 덮어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누구에게는 인생의 쉼표 같은 음료로, 누구에게는 감흥이 와 닿지 않겠지만, 콜라라는 음료는 내 남은 평생 굳이 다시 먹어보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라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인류의 동반자 역할을 하며 따뜻한 위로와 즐거움을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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