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인간
Psyche
사랑의 신 에로스의 연인이자 신이 된 인간. 프시케는 아름다운 탓에 에로스의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질투와 구박을 받았을 뿐 아니라, 신과의 사랑을 시기하는 언니들의 의심에 넘어가고 신의 영역에 대한 자신의 인간적인 호기심을 놓지 못하는 등 에로스와의 사랑에도 여러 난관을 겪는다. 하지만 죽음도 불사하는 절실한 진심과 인내로 이를 극복한 둘의 사랑은 결실을 맺는다. 영생을 얻은 프시케는 에로스와 희열을 상징하는 딸 볼룹타스를 낳는다. / 그리스어로 '영혼', '나비'를 의미하며, '심리', '정신'을 뜻하기도 한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 버렸어요.
당신의 화살촉이 나의 가슴을 간질여
죽음을 향해 잠수하는 불길한 여정을
용맹하게 조각 낸 것이지요.
잠이 나의 정신을 잠시 앗아갔어도
나는 나의 본질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것은 바로 사랑을 주는 것.
세계 모두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이면서
누구보다도 혼란으로부터 태어난 사랑의 신,
바로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지요.
나는 신으로부터 은혜를 입으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인 내가 신인 당신께 사랑을 드리는 겁니다.
내가 신을 보며 경탄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인 내가 신을 경탄시키려는 것입니다.
신은 사랑 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던가요?
언제부터 신이 인간을 위한
요술 복주머니가 되었습니까?
인간이야말로 신을 경탄시키기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던가요?
태초에 신이 인간을 창조했듯이
인간이 있기에 신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나는 내 혼을 당신에게 불어넣습니다.
신의 애욕과 인간의 혼이 결합하는 것이에요.
오 에로스,
당신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나의 사랑은 신의 사랑에 못지않게
아름답고 거대하지요.
나의 품은 온 세계를 끌어안을 만큼
거뜬하며 드넓습니다.
왜냐하면 내 안에 신성이 있고,
신이 나를 바라보고 계시며,
내가 신들의 세계에 파고들기 때문이에요.
잃어버린 당신을 찾아 나는
온 세계를, 사경을 헤맸답니다.
당신의 존재와 우리의 사랑에 대한
가까운 이들의 불신과 미움,
곡식 더미와 포악한 양떼를 헤치고
강물과 저승을 건너야 했지만
나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어요.
알량한 호기심이 당신에게 가는 길을 잠시
막았다 해도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 주세요.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사랑의
근사한 시작이자 추동력이니까요.
나의 실수는 우리의 사랑을 시험했고,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지요.
당신의 맑은 수련 같은 날개와
나의 순결한 나비 같은 날개가
환희로 교차하여 거룩한 십자가를 만들고
짐승 같이 기어다니는 시기와 질투에 저항하며
의심과 핍박의 가시밭 위를 보란 듯이 날아다니며
풍차가 되어 거센 바람을 역으로 휘감는 것입니다.
그런 우리가 이기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요.
나의 두 팔은 우리 날개의 중심에서
당신의 청초한 얼굴과 윤이 나는 살결을
애틋이 갈망하지요.
당신의 두 팔은 우리 날개의 중심에서
나의 강직한 서정과 호화로운 헌신을
넉넉히 소유합니다.
네 개의 팔은 둘만의 영원이 되어
희열을 낳을 것을 약속드리지요.
사랑의 천사여,
이제 어서 나의 심장에
당신의 금빛 화살을 꽂아 주세요.
하나도 남김없이
우리 하나가 되도록.
Antonio Canova
Psyche Revived by Cupid's Kiss (detail)
1787–93
Musée du Louvre, Paris. Photo:
© 2011 RMN-Grand Palais (musée du Louvre/René-Gabriel
Ojéda/dist. Photo SCALA, Florence
Cupid and Psyche
1794
134.6 × 151.1 × 81.3 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Gift of Isidor Straus, 1905
https://www.apollo-magazine.com/canova-neoclassicism-sculpture-three-graces/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188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