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꽃피 Jan 29. 2024

아기 한결에게





한결아, 이 세상에 태어난 걸 축하해.

무엇보다 온 마음을 다해, 환영해!


『사월의 꿈』의 남자 주인공과 같은 이름이라니 멋지고 반가워.


『사월의 꿈』 속 한결의 이름은 '하나의 결핍'이라는 뜻이야. 나의 한결은 때때로 카라칼로 변신하는 매우 신비스럽고 용감한 인물이란다. 사랑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막상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얄궂게 굴기도 하지만, 마음 깊숙이는 쓸쓸한 가을을 물들이는 단풍처럼 추운 겨울의 손난로처럼 따뜻한 사람이란다. 그의 결핍은 스스로를 아프게도 하지만, 그의 험난한 삶을 추동하고 보호하는 강력한 힘이 되고, 개성 강한 친구들과 사랑하는 이를 끌어들여 강력한 연대를 이루지.


한결이 너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나 너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렴. 작은 너의 마음에 결핍이 자리하기보다는 사랑이 풍족하게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야. 하지만 우리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니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어. 잘 극복한다면, 결핍은 크나큰 성장과 능력, 모험과 선물이 되기도 한단다. 때로 힘이 들 때, 또 다른 한결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구나. 분명 너에게 용기를 줄 거야. 삶에는 다양한 리듬과 굴곡, 명도가 있지만, 그래도 살만한 것인가 봐. 새싹 같은 너를 떠올리며 이렇게 절로 발그레 미소가 떠오르는 걸 보니. 사랑스러울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며 더욱 확신하게 되었어.


곧 너를 만날 생각에 이모는 무척 설레이는 걸! 갖고 있는 옷 중에 가장 밝은 옷을 입었지롱! 한결이 너의 밝고 상큼한 기운에 비견할 만한 귤색이야. 너의 엄마는 고등학생 시절, 이모와 학교 복도를 돌아다니며 장난도 많이 치고 많이도 웃었어. 아담한 여고생 두 명이서 학교 안을 뽈뽈 잘도 댕겼지. 덕분에 암울할 뻔 했던 고3 수험 생활과 칙칙한 교실이 놀라울 정도로 밝았어. 너의 엄마, 참 깜찍스럽고 당돌한 사람이야. 정도 많고. 엄마와 함께 하는 너의 시간들도 참 즐거울 거야. 이모는 알아. 한결이 네가 엄마에게 커다란 기쁨을 줄 거라는 것도. 우리 좀 이따 만나! 반짝거리는 눈으로 방긋방긋 웃어 주렴.











매거진의 이전글 길 위의 사람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