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요. 가끔 그래요.
당장 뛰어내리고 싶은가요?
나도요. 가끔 그래요.
베란다 난간을 물끄러미 보다가
훅 떨어지는 상상을 해요.
우리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해도 되겠어요.
혹은 날쌘 스파이더맨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느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
자책하지 말아요.
멋지잖아요. 패러글라이더와 스파이더맨.
전에 여동생이랑 패러글라이딩을 한 적이 있어요.
나는 절벽을 날쌔게 달리다가, 그 끝에서 점프!
그런데 허공에서 여전히 두 발을 휘젓고 있었고,
뒤에서 그 광경을 보는 동생은 유쾌하게 웃었더랬죠.
나도요. 나도 그래요.
허공에 두 팔을 뻗고, 다리에는 힘을 빼고
한없이 한없이 추락하는 거예요.
그 순간만큼은,
나를 외면했던 시간이
뽀얀 엿가락처럼 늘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추락의 끝에 바닥이 있다면,
나를 포근하게 안아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그래도.
기꺼이 추락을 선택한 것이 나 자신이더라도.
아니, 정말 그럴까요?
정녕 나의 선택이란 말인가요?
알죠?
이렇게 느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잖아요.
그리고, 아직 뛰어내리지 않은 이유도 있어요.
나를 살게 하는 작고, 작고, 작은 것들.
하루하루 기적을 살아요.
순간순간.
아직 살아 있다는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