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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꽃피 Jan 30. 2024

당장 뛰어내리고 싶은가요?

저도요. 가끔 그래요.



당장 뛰어내리고 싶은가요?


나도요. 가끔 그래요.

베란다 난간을 물끄러미 보다가

훅 떨어지는 상상을 해요.


우리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해도 되겠어요.

혹은 날쌘 스파이더맨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느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

자책하지 말아요.

멋지잖아요. 패러글라이더와 스파이더맨.


전에 여동생이랑 패러글라이딩을 한 적이 있어요.

나는 절벽을 날쌔게 달리다가, 그 끝에서 점프!

그런데 허공에서 여전히 두 발을 휘젓고 있었고,

뒤에서 그 광경을 보는 동생은 유쾌하게 웃었더랬죠.


나도요. 나도 그래요.

허공에 두 팔을 뻗고, 다리에는 힘을 빼고

한없이 한없이 추락하는 거예요.


그 순간만큼은,

나를 외면했던 시간이

뽀얀 엿가락처럼 늘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추락의 끝에 바닥이 있다면,

나를 포근하게 안아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그래도.

기꺼이 추락을 선택한 것이 나 자신이더라도.


아니, 정말 그럴까요?

정녕 나의 선택이란 말인가요?


알죠?

이렇게 느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잖아요.


그리고, 아직 뛰어내리지 않은 이유도 있어요.

나를 살게 하는 작고, 작고, 작은 것들.


하루하루 기적을 살아요.

순간순간.

아직 살아 있다는 기적.





Giovanni Segantini, The Punishment of Lust, 1891, oil on canvas, 990 x 1728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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