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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꽃피 Jan 30. 2024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생일 D-1 축하해, 내일도 !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하나뿐인.





생일 D-1 축하해! 내일도 축하해!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한동안 엄마와 아빠를 통해서 소식을 들었지만,

이제는 직접 얘기가 듣고 싶어.

시간이 많이 흘렀지. 야속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야.


전에 네가 내 생일에 선물해 준 신발은 잘 받았어.

혹시 불편하진 않을까 해서 엄마가 그냥

아무 말 없이 전해 준 거래. 고마워.


요즘 자주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네. 좋다.

이렇게 너를 다시 대면할 수 있기까지

참 많은 치유와 성숙의 과정이 있었단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고, 너 역시 그랬을 거라 생각해.

그래서 나는 우리가 참 자랑스러워.


어떤 관계는 마음 속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아.

많이 아프더라도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내가 『사월의 꿈』을 쓰게 된 이유는

손상되고 잃어버린 관계를 되찾고 회복하기 위함이었어.

그게 사월이 꾸고 내가 원했던 진짜 '꿈'이야.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탁월한 방법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쓰는 일이더라.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너에게 솔직한 말들과

정화된 마음을 직접 전할 수 있어서 기뻐.


이야기를 완성하기도 전에 꿈을 이뤘네.

글이 사람을 성장시키고 관계를 보듬어 주고

세상을 바꿀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얼른 그렇다고 대답할 거야.


어떤 기억들은 마음 속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아.

아기인 네 볼에 뽀뽀를 하고,

부드러운 머리칼을 손바닥으로 쓸었던 기억.


너랑 소낙비를 맞으며 109동 아파트로 뛰어가던 기억.

비에 함빡 젖은 우리를 엄마가 수건으로 말려 주셨지.

밖에 나간 너를 찾으러 동네 곳곳을 돌아다닌 기억.


피아노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르고

방 안에 텐트를 치고, 이상한 말투로 녹음을 하고선

숨이 넘어갈 정도로 꺄르륵 대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밖을 돌아다니던 기억.


함께 했던 공중의 패러글라이딩,

사람들로 꽉 찬 여름의 음악 페스티벌.

이제 보니 활기찬 일들은 다

네가 같이 하자고 한 것들이네.


산책을 할 때나 잠들기 전,

꼭 맞잡은 두 손.

꿈속에서 만나자던 우리의 약속.


"언니!"하고 밝게 외치던 목소리.

때론 절절하게도.


한때 나는 상실을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상처 때문에 많은 것들을 잊기도 했어.


그에 더해 하나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넌 우리집에서 가장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는 거야.

그저 사랑에 솔직했을 뿐이었어.

가족 모두가 더 일찍 알아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미안해. 그랬다면 모두가 덜 아팠을 텐데.


내가 너를 참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고 말하면 넌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냥 말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언니 집에 꼭 놀러와.





생일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하나뿐인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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