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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비버 Dec 31. 2021

#5 우리집을 소개합니다.

너븐집과 노픈집에 관한 기록 

2021.10.19.   철거 전 영상 기록 

2021.11.3-4.  천장, 창호 등 1차 철거 

2021.11.17.   건축계획안 1차 미팅 

2021.12.02.   건축계획안 2차 미팅 

2021.12.14.   시공사 현장 미팅

2021.12.27.   바닥, 지붕 등 2차 철거 시작 


(건축계획안 배치도)  A동이 너븐집, B동이 노픈집이다. 

  건축계획안 1차 미팅이 끝나고, 집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비교적 넓은 A동은 '너븐집'으로, 높낮이 다이나믹스를 가득 담은 B동은 '노픈집'이라 부르기로 한다. 이름을 붙이고 나니, 설계의 방향도 이름 따라 발전해간다. 너븐집은 장작 노천탕이라는 강력한 공간-프로그램을 배치, 장작을 패고, 불을 떼는 등 외부로 활동영역을 확장시키는 액티비티 하우스가 될 조짐이다. 노픈집을 보고 있으면, 높낮이 다이나믹스를 거침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뒷모습과 웃음소리가 그려진다. 지금의 대청마루를 잘 뜯어내, 앞마당에 아이들이 숨을 작은 공간을 지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1976년생 너븐집과 1974년생 노픈집에 관한 기록을 시작한다.  

(노픈집) 벽과 천장 제각각 #촌멋 #촌쿨 한 우리집
(노픈집) 벽지를 뜯던 중 갑자기 벽지가 예뻐보여서 한 컷 
(너븐집) 방마다 다른 벽지와 장판은 무슨 사연일까

  1차 철거날 함께 현장을 둘러본 양사장님(현장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1O23MwFlf8I)은, 집 구석구석에서 괭이나 부지깽이, 된장 누름돌, 괴석 같은 것들을 주워다 한 곳에 모으셨다. 그리고 '이런거 잘 모아서 나중에 진열해 놓으라'고 하셨는데, 2-30대인 우리 눈에는 신기한 대상일지언정 새 집에 들이고 싶지는 않게 생긴 녀석들이다. 양사장님을 비롯해 이웃 어르신들도 오가며 '이 집, 이게 참 좋지' 라는 말을 하신다. 철거를 앞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의미있는 물건 및 지형지물' 리스트가 쌓여간다.

   우리보다 먼저 세컨하우스 라이프를 시작한 양사장님의 산집에 가 본 적이 있다. 그 곳에 잔뜩 쌓여 있는 부지깽이와 대나무발, 용수(술 거를 때 쓰는 도구), 오랜 한옥을 해체하고 남은 창살, 고목, 침목 등을 봤다. 그 중 일부는 전등을 연결해 등 갓이 되기도 하고, 텃밭으로 가는 길을 만드는 디딤판이 되기도 했다. 만듦새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눈길이 닿는 곳곳에 새겨진 시간들을 읊어주는 재미. 양사장님을 비롯한 주위 어른들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촌집 살리기의 재미가 이거였구나 싶었다.

양사장님 사무실 앞마당에 가 있는 우리돌(?) 발견 |  노픈집 부뚜막에서 나온 고무래(곡식이나 흙 고르기)와 풍파를 겪은 맷돌

  그렇게 우리 나름의 기록이 시작됐다.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담아내려고 한다. 농기구와 맷돌의 원래 목적을 복원해 줄 수는 없지만, 눈에 담아 예쁜 점을 한껏 뽐낼 자리에 놓아주기. 이를 위해 지금을 기록한다. 원래 자리에서 담담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공간의 요소들과, 물건의 아우라를 담아두기 위해, 카메라와 드론, 핸드폰 등 각자의 장비를 갖추고 모두 앞마당에 모였다. 겨울로 들어서는 계절에도 불구하고, 다같이 모이는 날이면 앞마당에 늘 햇볕이 가득하다. 시작도 안 한 현장이지만, 각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완성된 모습이 떠다니고 있다. 그렇기에 더 소중할 수 있는 지금의 모습이다. 

시계와 거울, 소화기는 공사가 시작된 후로도 잘 사용중이다
1차 철거 후, 마당에 자리 잡은 시계와 소화기
2차 바닥 방통 철거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계




[너븐집과 노픈집의 철거 전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skA9vvwEPGA&t=3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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