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아이 손톱을 깎아주다

생후 1,781일 만에

by 라파고

나는 내 허리춤보다도 더 커버린 6살 아들의 손톱을 지금까지 한 번도 깎아준 적이 없다. 투박한 내 손으로 작은 아이 손톱을 깎는다는 게 신생아 때부터 무서웠다.


아빠 손톱 깎아 줘요


아이는 나에게 손톱을 깎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마침 캐리어에는 3박 4일이면 짧은 시간이 아니니까 챙겨가.라면서 와이프가 챙겨준 손톱깎이 세트가 있었다. 역시 와이프는 혜안이 있었다.


어.. 손톱?.. 어. 이리 와서 앉아봐

딸깍... 툭........... ㄸㄸ딸깍..툭

아빠 왜 이렇게 떨어요?

어.. 아빠가 하랑이 손톱 깎아 주는 게 처음이라서.. 하랑이 다치게 하면 안 되니까.


아이는 본인의 손을 내어놓고서는 아빠가 떠는 게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웃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불안하지 않고 너무 편안해 보였다. 내가 바라는 아들과의 신뢰관계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하랑이 손톱은 맨날 누가 깎아줬어?

외할머니가


나는 항상 아이의 손톱이 정갈한 걸 보면서도 누가 아이 손톱을 깎아주고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심지어 그걸 궁금해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6살이 되도록 말이다. 내가 참 무심한 아빠였다는 생각과 함께 장모님께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의 손톱은 나의 그것보다 말랑말랑해서 깎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손톱 밑이 보일 정도로 너무 깊게만 깎지 않으면 아이가 아플 일이 없다는 것도 깎다 보니 알았다. 손톱 깎는 동안에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들과 친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손톱을 깎는 동안에 일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아이와 얼굴을 맞대고 손을 잡고 있었던 게 너무 좋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인지는 몰라도 아들 녀석은 4살 즈음부터 아빠를 악당으로 또 경쟁자로 인식해서 가만히 앉아서 눈을 맞추고 포옹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손 잡고 잠깐만 교감해도 이렇게 좋았다.


여행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다시 주양육자로 등극했을 때, 아빠는 다시 악당으로 그 역할이 변했다. 여행을 마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아들은 다시 나와 눈을 지그시 맞추고 포옹하는 일이 거의 없다. 때가 되기도 전에 장모님께서 알아서 손톱을 정리해주셔서 내가 손톱을 깎아준 일도 없었다. 그렇지만 예전같이 서운하거나 미안한 마음은 사라졌다. 아이와의 신뢰관계가 형성된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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