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남자 둘이 제주 상륙

by 라파고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와이프는 벌써 일어나있었다.


와이프가 챙긴 짐을 점검한다. 아이 속옷과 양말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마스크와 체온계는 챙겼는지, 충전기를 깜빡하지는 않았는지. 평소에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고, 엄마가 주말에 출근하면 가끔씩 엄마 없는 당일 여행을 하는 편이지만, 비행기 타고 가서 4일을 보낸다는 게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겠지. 와이프의 '불심검문'에서 몇 가지 지적사항을 보완한 후 콜택시를 불렀다. 걱정스러운 엄마의 눈빛과는 달리, 우리는 미지의 경험을 목전에 두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각이 월요일 아침 8시였기 때문에, 가방 세 개를 혼자 들고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8박 9일 동안의 주차비까지 고려했을 때 대중교통이나 자차 이동보다는 택시가 가장 적합했다. 월요일 오전의 공항은 매우 한산했다. 역시 남들 일할 때 노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에 있는 해열제가 유통기한이 지나서 못 챙겨 온 게 생각났다. 와이프에게 어떤 걸 사면되는지 물어보고 타이레놀과 부루펜 시럽을 하나씩 샀다.



공항 바로 앞 횡단보도 앞에서 야자수와 그 화단을 둘러쌓은 현무암 담을 보니 제주도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날씨가 아주 쾌청했다. 6살 아들은 흥분되는지 탄성과 질문을 쏟아내었다.


오~ 저 나무 베트남에서 봤던 건데!

아빠, 저 돌은 왜 저렇게 구멍이 뚫려 있어요? 안에서 벌레가 나올 거 같아요

아빠 우리 뭐 타고 가요? 지하철?


우리는 셔틀을 타고 가서 렌터카를 인수하고, 밥을 먹는 것보다 모래놀이 먼저 하고 싶어 하는 하랑이를 위해 곧장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공항으로부터 자가용으로 대략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금능해수욕장 주변의 원룸이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 상태를 보고, 로드뷰로 주변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예약했는데,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전통 가옥들 사이사이에 현대식 건물들이 화산섬의 콘셉트를 품고 이질감 없이 어울리고 있어 제주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은 관광마을이었다. 애월이나 협재같이 유명하지 않아 드문드문 혼자 여행 와서 조용히 사진 찍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사람 소리보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더 잘 들리는 그런 동네였다. 숙소는 한 층에 객실이 3개가 있었고, 가족여행에 적합한 투룸도 있는 것 같았지만 우리는 투룸까지는 필요 없어서 복도 끝에 위치한 원룸에 체크인했다. 문을 열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쪽 면을 가득 채운 유리 통창에 액자처럼 보이는 금능 해수욕장과 비양도였다. 하랑이는 푹신한 침대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드디어 도착!'이라면서 연신 뛰어댔다.


숙소야, 3박 4일 동안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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