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수영도 하네
생후 74개월 24일 (일곱 살)
그림체가 갑자기 바뀌었다. 나도 처음 보는 그림체.
유치원에서 깃털이 있는 동물에 대한 발표 숙제를 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자료를 찾고 있었다. 아들은 주제를 가마우지로 하고 싶다고 했고, 설명에 딱 어울리는 사진을 찾는 중이었다. 가마우지는 다른 새들보다 물속에서 수영도 잘하고, 물고기 사냥도 잘하지만 7살 아들에게 단연 필요한 사진은 수직으로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는 멋진 사진이었다. 그런데 네이버에서 찾아봐도 구글을 뒤져봐도, 한글이든 영어든 딱 원하는 사진은 없었다.
아무래도 포토그래퍼들도 바다 한가운데서 수직 낙하하는 가마우지의 찰나를 사진에 잘 담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겠지. 우리는 구글을 몇 페이지 뒤져서 겨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았는데, 저작권 때문에 워터마크가 찍혀 있어서 유치원에서 발표 보조자료로 사용하기에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사진을 보고 그림을 직접 그리기로 했다.
이 그림은... 아들 그림 인생에서(아들 그림을 엿보아온 인생에서) 처음 보는 그림체이다.
기존하고 달라진 점은 소묘를 하는 것처럼 엷고 얇은 선부터 여러 번 덧그리면서 슬슬 형태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그린 부분이다. 그리고 사진 하고 똑같이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사진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피사체의 특징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그림에 담는다. 새와 바다, 하늘과 구름과 해 그리고 가마우지까지. 그렇기 때문에 사진에 얽매이지 않고, 작업 시간이 길게 늘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긴가민가 했던 부분이 오늘로서 분명해졌다.
나보다 그림실력이 나은 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