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에요?

육아휴직, 아빠와 아들의 애착관계

by 라파고

와이프가 출근을 늦게 해도 되는 날이면, 와이프와 나는 아들이 일어나기 전에 살금살금 문을 나와 산책을 하곤 했다.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서 운동복을 입고 계절을 느끼며 걷는 그 시간이 단연 육아휴직의 백미였다. 아들이 잠에서 깼을 때 집에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으면 둘 중 한 명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에게 전화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지만, 휴직 기간 동안 그 전화는 언제나 아빠인 나에게 왔다. 엄마와 아빠가 같이 있어도 말이다. 휴직 기간에 아빠는 늘 아들의 주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다섯 살까지도 아빠와 단둘이 자려고 하지 않았다. 엄마가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 아빠가 너무 싫어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일하느라 바빠서, 일찍 끝나는 날엔 약속이 있어서, 피곤해서 아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이유는 많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항상 아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빠였다.


아들이 여섯 살이 되던 해, 나는 와이프 없이 아들과 둘만의 여행을 계획했다. 엄마 없이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아들을 데리고 멀리 여행을 간다는 것은 나로서는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더군다나 그 여행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제주도였으니, 자가용으로 트렁크에 짐을 싣고 편안하게 떠나는 여행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아들과 단둘이 연고지 없는 곳에서 며칠을 있다는 것은 극한의 고통을 견디는 일이었다. 유튜브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고서는 된장찌개 하나도 뚝딱 끓여낼 솜씨가 안 되는 내가 며칠 동안을 혼자 오롯이 감내할 수 있을까? 수많은 걱정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아들과 제주도 여행을 강행하기로 결심했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 제주도 해변을 아들과 손잡고 걷고 싶다.

아들과 올레길을 걸으면서 노지 귤도 사 먹고, 유치원 친구들 이야기도 듣고 싶었고, 낮은 오름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으로 아들의 손톱을 깎아준 일이다. 아들은 길어버린 손톱이 불편했는지 손을 쫙 펴고 불쑥 내밀었다. 마침 캐리어에는 혹시 모르니 챙겨가라고 와이프가 넣어준 손톱깎이 세트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나는 내 허리춤보다 훌쩍 커버린 여섯 살 아들의 손톱을 지금까지 한 번도 깎아준 적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어쩌다 한 번씩 일찍 퇴근하는 나의 눈에 띄기 전에 와이프나 장모님이 항상 깎아줬기 때문이다.


어… 손톱? 음… 이리 와서 앉아봐.

네.

딸깍… 툭……… 딸깍…ㄸㄸ

아빠, 왜 이렇게 떨어요?

어… 아빠가 아들 손톱 깎아주는 게 처음이라서. 아들 다치게 하면 안 되니까.


아들은 아빠가 떨고 있는 게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웃고 있는데, 본인의 손을 아빠에게 온전히 맡겨두고도 불안하지 않은지 그 모습이 너무 편안해 보였다. 그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정서적 교감이 너무나 좋았다. 아빠가 조심에 만전을 기하든 말든, 조잘대는 아들 녀석을 일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마주하고 있는 것이 말이다.


아들은 내 걱정과는 다르게 엄마가 없는 환경에서도 잘 버텨주었다. 물론 첫날 밤에는 엄마 보고 싶다고 울다가 잠들었지만, 둘째 날부터는 피곤했는지 바로 곯아떨어졌다. 여행을 다녀온 후 이전보다는 아들과 조금 더 가까워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면 엄마를 먼저 찾았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나와 아들 사이에는 여행 전과 후로 설명하기 어려운 달라진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나의 육아휴직이 시작되면서 우리의 관계는 훨씬 더 단단해졌다. 나는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챙겨주는 아들”이라는 놀림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아들의 옷 매무새를 더 신경 썼고, 아들의 학교 알림장을 두 번씩 읽고 챙겼다. 밥은 남더라도 자주, 충분히 챙겨주려고 노력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밑반찬도 내가 직접 만들었다. 들솥에 메추리알 장조림도 하고, 견과류를 넣은 멸치볶음도 했다. 고맙게도 아들은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렇게 아들은 서툴지만 진심인 아빠를 믿었다. 가끔 아빠에게 혼나도 아빠의 마음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아들이 누구에게 전화하려나?”

와이프와 아침 산책 중 누군가의 벨소리가 울렸다. 그날도 어김없이 내 휴대폰이었다. 아내는 살짝 서운한 척하면서도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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